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99.9999%는 죽어 있습니다. 생명이란 오히려 예외적이고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이 사실을 처음 마주했을 때 저는 이상하게도 홀가분해졌습니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게 부끄럽다기보다, 이 작은 생명이 기적처럼 느껴졌달까요. 죽음의 물리학 우주적 맥락에서 보면, 삶은 사고다아이를 키우며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커리어는 멈춰 있고, 아이 밥 먹이는 일 말고는 이렇다 할 성취가 없는 하루가 반복됐습니다. 그 무력감의 정체를 좀처럼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물리학의 언어를 빌리고 나서야 조금 납득이 됐습니다.물리학에는 '열역학적 불안정 상태(thermodynamic metastability)'..
저도 처음엔 아이가 짜증을 내면 "지금 참아야 나중에 편해진다"는 말을 아무 의심 없이 건넸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얼굴에서 생기가 빠져나가는 걸 느꼈고, 그제야 제가 뭔가를 단단히 잘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감정을 억누르는 교육이 아이의 시야를 어떻게 좁히는지, 그리고 회복 탄력성이라는 힘이 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인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봅니다. 감정 억압, 아이를 조용하게 만들지만 마음은 망가진다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와 "너무 힘들어"라고 말할 때, 저는 습관처럼 "조금만 참아, 다 너를 위한 거야"라고 받아쳤습니다. 그때는 그게 위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아이의 감정에 자물쇠를 채우는 행동이었습니다.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하루 24시간 중 온전히 제 것인 시간은 고작 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이미 밤 10시. 처음엔 그 시간조차 핸드폰을 보다 흘려보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 작은 한 시간이 쌓이면 어떻게 될까 싶어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육아와 집안일로 소진된 상태에서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지,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봅니다. 시간 관리 마감 설정 — 시간이 더 있어도 결과는 똑같았습니다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일은 주어진 시간만큼 늘어난다는 원리입니다. 즉, 3시간짜리 일도 10시간을 주면 10시간을 꽉 채우게 된다는 뜻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게 정말 틀린 말이 하나도 없더라고요.아이가 낮잠 자는 두 시간 동안 글을 쓰려고..
솔직히 저는 3년 동안 시작을 못 했습니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깔고, 관련 책을 다섯 권이나 사서 읽으면서도 정작 첫 영상 하나를 못 올렸습니다. 그러다 퇴근 후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멍하니 들여다보던 어느 밤, 문득 이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뇌리를 후려쳤습니다. 완벽한 준비를 기다리는 동안 정작 삶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습니다. 퇴근 후 3시간 선실행이 두려운 사람에게 생긴 일조명이 없어서, 마이크가 없어서, 편집을 아직 잘 몰라서. 제가 3년 동안 스스로에게 댄 핑계들입니다. 결국 어느 날 밤, 거실 형광등 켜고 휴대폰 삼각대 하나만 세운 채 무작정 녹화 버튼을 눌렀습니다. 말은 버벅거렸고 화면 구석엔 에어컨 리모컨이 그대로 보였습니다.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영상을 유튜브..
책 100권 읽기 챌린지를 마친 날, 저는 허탈했습니다. 완독 목록은 늘었는데 막상 "그 책 어떤 내용이었어요?"라는 질문 앞에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많이 읽으면 저절로 생각도 깊어질 거라 믿었던 게 착각이었다는 걸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그 경험이 제 독서법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독서법 다독의 함정 — 많이 읽을수록 좋다는 착각일반적으로 독서량이 많을수록 지식도 비례해서 쌓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월별 목표를 세우고 베스트셀러 목록을 훑으며 빠르게 완독 수를 채웠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달랐습니다.완독 한 권수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기억에 남는 문장은 줄어들었습니다. 내용이 파편화(fragmentation)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여기서 파편화란, ..
몇 년 전 수목원에서 지인 가족과 함께했던 하루가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합니다. 음식물 반입 금지 구역에서 아이에게 과자를 먹이던 지인의 모습을 보며, 저는 그게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집에서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아이가, 왜 밖에 나오면 '밉상'이 되는 걸까요? 그 답이 바로 양육 태도에 있다는 사실을 그날 이후 오래 생각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목격한 민주적 양육의 민낯그날 수목원 보호 구역 벤치에서 지인은 관리원의 방송이 나오는 중에도 아이에게 과자를 먹게 뒀습니다. "지금 출출해서 기분이 안 좋잖아, 이것만 먹고 바로 치우면 되지"라는 말과 함께요. 제가 직접 그 상황을 지켜보며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저 아이는 지금, 규칙보다 내 기분이 먼저라는 걸 배우고 있구나.'발달심리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