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왜 오히려 더 지칠까요? 쉬려고 누웠는데 머릿속은 '아까 그 말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을까'를 계속 돌리고 있습니다. 저도 한동안 이 패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알고 보니 문제는 관계 자체가 아니라 모임이 끝난 뒤 제가 뇌에게 무엇을 시키고 있었느냐였습니다. 즐거웠는데 왜 집에 오면 허할까 — 자기 검열의 함정퇴근 후 오랜 친구들을 만나 웃고 떠들다 집에 돌아온 날 밤, 저는 침대에 누워서도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 '그 타이밍에 끼어든 말이 분위기를 깼던 건 아닐까', '상대가 잠깐 웃음을 거뒀던 건 내 얘기가 재미없어서일까'. 이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이 현상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과도한 자기 모니터링(self-monitoring), 쉽게 말해..
저도 처음엔 그냥 좀 피곤한 건줄 알았습니다. 아이를 돌보면서 밀려드는 무기력함과 막막함이 쌓여가는데도, '육아가 다 이렇지 뭐' 하고 넘겼거든요. 그런데 한 달을 돌아봤을 때 기분 좋았던 날이 단 하루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그게 경미한 우울증이라는 신호였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경미한 우울증 — '그냥 원래 그런 거지'라고 넘겼던 이유정신건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상태를 기분저하증(dysthymia)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기분저하증이란 주요 우울증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낮은 기분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문제는 이게 너무 조용히 온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미열이 계속되는데 아프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합니다.제가 ..
만나고 나면 왠지 모르게 기운이 빠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특별히 싸운 것도 없고, 딱히 잘못된 말을 들은 것도 아닌데 집에 돌아오는 길이 유독 무겁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을 꽤 오래 안고 살았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심리학 연구 결과와 제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군중 속 고독 — 연결될수록 왜 더 외로워지는가카카오톡 연락처가 1,500명을 넘어도 막상 오늘 힘든 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는 느낌,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군중 속 고독(Loneliness in a Crowd)'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군중 속 고독이란 물리적으로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음에도 정서적으로는 단절감을 느끼는 상태를 말합니다. SNS에 올라오는 타인의 여행 ..
아이가 떼를 쓸 때 저는 늘 말이 길어졌습니다. 설명하고, 설득하고, 감정을 쏟아내다 보면 어느새 15분이 훌쩍 지나 있었고 — 결국 서로 지쳐 흐지부지 끝나곤 했습니다. 나중에서야 깨달은 건,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제 언어였다는 사실입니다. 짧고 구체적인 지시, 적절한 좌절, 그리고 칭찬의 역설. 훈육에서 정말 중요한 세 가지를 정리해 봤습니다. 짧은 지시 — 말이 길어질수록 아이 귀는 닫힙니다아이에게 뭔가 시킬 때 저도 꼭 이유를 붙였습니다. "이빨을 안 닦으면 충치가 생기고, 충치가 생기면 치과 가야 하고, 치과는 아프고…" 그쯤 되면 아이는 이미 딴생각 중이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긴 설명은 아이를 위한 게 아니라 제 불안을 달래려는 말이었습니다.아동 언어발달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개..
나이가 들수록 옷차림에 신경 쓰는 사람이 외려 더 오래 젊어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저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좀 의아했습니다. 편안하게 입는 것이 나이 든 사람의 특권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정작 제가 늘어난 티셔츠에 슬리퍼를 끌고 편의점을 드나들던 시기, 거울 앞에 서면 점점 낯선 사람이 보였습니다. 옷차림이 단순한 천 조각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세상에 소개하는 사회적 언어'라는 것,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옷차림이 사회적 언어가 되는 이유심리학에서는 '인상 형성(impression formation)'이라는 개념을 씁니다. 여기서 인상 형성이란 타인과 처음 마주치는 순간, 상대의 외모·표정·복장 등 시각 정보를 바탕으로 그 사람의 성격, 지위, 신뢰도까지 순식간에 판단..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제 게으름을 천성 탓으로 돌렸습니다. 아침마다 "오늘은 다르게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책상 앞에 앉는 일 자체가 매번 1톤짜리 장벽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인지심리학 연구들을 파고들면서 제 문제가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게으름과 생체리듬, 그리고 잘못된 계획 방식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제가 직접 겪고 확인한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게으름이라고 불렀지만, 사실 트리거가 없었던 것일반적으로 게으름은 의지력의 문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래서 더 독하게 마음먹으려 했고, 더 자책했습니다. 그런데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인지심리학이란 인간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며 행동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