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고 처음 몇 달은 솔직히 아침이 두려웠습니다. 4시 4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던 사람이 갑자기 9시가 넘어서야 침대를 벗어나고 있었으니까요. 문제는 늦게 일어난 것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리던 저도, 결국 아주 작은 루틴 하나로 하루의 무게가 달라지는 걸 몸으로 겪었습니다. 자기 통제감을 잃는다는 것퇴직하고 나서 제일 먼저 사라진 건 돈도, 명함도 아니었습니다. '내가 나를 움직인다'는 감각이었습니다. 30년 넘게 출근 시각, 회의 시각, 마감 시각이 저를 통제해 왔는데, 갑자기 그 모든 구조가 없어지니 하루가 그냥 흘러가 버렸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몇 분 더 잘 수 있을까..
며칠째 방 안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있습니다. 인간관계의 피로와 경제적 스트레스가 동시에 몰려왔던 어느 여름, 침대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의미 없게 느껴지던 그 시절 이야기를 오늘 꺼내려 합니다. 그때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었습니다. 500원짜리 마스크 시트 한 장과 빗자루 하나였습니다. 마음 근육 키우기 인간관계 정리, 왜 이게 이렇게 어려울까요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한동안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일을 도덕적 실패처럼 느꼈습니다. 오래된 인연을 끊는다는 게 어딘가 인간성의 결함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심리학에서는 이 문제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봅니다. 건강한 관계란 좋은 사람과 잘 맺는 것만이 아니라,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끊어내는 것까지..
가장 힘든 관계를 끊어낼 수 있는 사람이, 사실 가장 피해를 덜 보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직장 상사였던 그 사람을 저는 5년 가까이 매일 마주쳐야 했습니다. 팀원들의 야근 결과물을 자기 보고서에 고스란히 얹어 올리면서도 한 번도 미안해하지 않던 사람. 그때 제가 배운 건 '손절'이 아니라 '거리의 기술'이었습니다. 내 그릇을 갉아먹는 사람의 정체 — 다크트라이어드심리학에서는 인간관계에서 가장 해로운 세 가지 유형을 묶어 다크트라이어드(Dark Triad)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다크트라이어드란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시 세 가지 성향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이 세 유형은 모두 극단적 이기주의를 뿌리로 공유합니다.먼저 나르시시즘(자기애성 성격 장애의 현상적 표현)은 정서적 착취가 핵심입..
솔직히 저는 한동안 "노력하면 다 된다"는 말을 너무 맹목적으로 믿었습니다. 최선을 다했는데 일이 꼬이고, 준비한 게 무너지는 경험을 반복하고 나서야 노력의 방향과 타이밍, 그리고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보는 눈이 결과를 얼마나 크게 가르는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운은 운대로, 노력은 노력대로라는 단순한 이분법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도요. 고집 — 나만의 논리가 나를 막을 때몇 년 전, 프리랜서 외주 작업과 개인 프로젝트를 동시에 끌고 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주변 선배들이 거듭 말했습니다. "지금은 외주로 기반부터 다지는 게 맞다"고요. 제가 들은 말은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말들을 전부 '나를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의 소리'로 치부했습니다. 나만의 사고 체계 안에서 그들의 조언을 하나씩 반..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가 아이 재우고 새벽에 올린 B급 영상 하나가 정성껏 만든 기획 영상을 조회수로 가뿐히 눌러버렸을 때, 처음엔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그 '예상 못 한 기쁨'이 제 삶을 살아있게 만들고 있었다는 걸,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비로소 언어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깊이 있는 사람은 '자주' 고민한다는 것육아를 하면서 제 주변의 어른들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갑자기 인생 조언을 해주는 분들이 늘어나는데, 그분들 중엔 두 부류가 있었습니다. "그건 이렇게 하면 돼, 원래 다 그래"라고 단번에 결론을 내리는 분과, "나는 그때 이렇게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좀 달리 했을 것 같기도 해"라고 고민을 얹어서 말씀하시는 분.인지심리학(cognitive..
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잘 산다'는 게 뭔지 몰랐습니다. 회사에서 실적 순위가 붙는 순간부터 불안이 시작됐고, 그 불안을 없애려고 더 열심히 달렸는데 결국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었죠. 그러다 아이를 낳고 집에 있게 되면서,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이야기가 귀에 꽂혔습니다. '이기적인 야망'과 '도덕적 야망'은 결국 다른 결말을 맞는다는 것. 직접 겪어보니 이게 그냥 철학적 담론이 아니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능력주의라는 함정 — 우리가 줄 세운 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었다회사를 다닐 때 저는 KPI(핵심성과지표)라는 숫자에 완전히 지배당해 살았습니다. 여기서 KPI란 조직이 목표 달성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만든 정량적 기준으로, 쉽게 말해 '이 숫자가 곧 너의 가치'라는 메시지를 매일 전달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