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밥상에서 숟가락을 내동댕이치는 순간, 제 안에서 뭔가가 치밀어 오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때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이렇게까지 무시당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분노의 대상은 아이가 아니라 저 자신이었습니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이 강한 게 아니라 오히려 멘탈이 무너진 상태라는 말, 처음 들었을 때 적잖이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분노조절, 강함의 표시가 아니라 편도체 오작동의 신호운전하다 누군가 끼어들면 욱하는 분들, 저도 그랬습니다. 당시엔 그게 당연한 감정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신경과학적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편도체(Amygdala)가 과활성화된 상태, 즉 뇌가 실제 위협이 아닌 상황에서도 비상경보를 계속 울려대는 상태가 바로 분노조절 장..
소통의 93%는 말이 아닌 곳에서 일어납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독박 육아를 하면서 하루 종일 아이와 단둘이 있다 보면 어른과 나누는 대화라곤 남편이 퇴근 후 던지는 몇 마디가 전부인 날이 많았는데, 그 말 몇 마디만으로도 왜 이렇게 위로가 안 되는지 오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문화심리학의 시각에서 보면 그 이유는 꽤 명확합니다. 우리가 진짜 소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 피부가 맞닿는 터치, 눈이 마주치는 순간, 감정의 리듬이 서로 맞아떨어지는 경험—이것들이 통째로 빠진 채 메시지만 오갔던 겁니다. 메시지가 전달됐는데 왜 소통이 안 된 걸까 — 상호주관성의 배경SNS 시대에 들어서며 많은 사람들이 "메시지를 보냈으니 소통했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아이를 하루 종일 돌보다 보면, 어느 순간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것 같은 감각이 찾아옵니다. 저도 그 감각을 꽤 오래 안고 살았습니다. 지금 한국은 청년부터 중년, 노년까지 전 세대가 조금씩 안으로 움츠러드는 시대입니다. 과연 혼자가 정말 편한 걸까요, 아니면 편하다고 믿고 싶은 걸까요? 고립은 왜 유행처럼 번지게 됐을까요즘 '쉬었음 청년'이라는 말이 통계에 자주 등장합니다. 매달 70만 명 이상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고 하죠. 그런데 저는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청년 문제로만 생각했습니다. 제가 직접 겪기 전까지는요.육아를 시작하고 나서 하루 일과가 아이 중심으로 재편되면, 밖과의 접점이 하나씩 끊깁니다. 처음엔 일부러 SNS를 줄였고, 그다음엔 모임 연락을 미루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쌓이다 ..
몇 년 전 수목원에서 지인 가족과 함께했던 하루가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합니다. 음식물 반입 금지 구역에서 아이에게 과자를 먹이던 지인의 모습을 보며, 저는 그게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집에서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아이가, 왜 밖에 나오면 '밉상'이 되는 걸까요? 그 답이 바로 양육 태도에 있다는 사실을 그날 이후 오래 생각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목격한 민주적 양육의 민낯그날 수목원 보호 구역 벤치에서 지인은 관리원의 방송이 나오는 중에도 아이에게 과자를 먹게 뒀습니다. "지금 출출해서 기분이 안 좋잖아, 이것만 먹고 바로 치우면 되지"라는 말과 함께요. 제가 직접 그 상황을 지켜보며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저 아이는 지금, 규칙보다 내 기분이 먼저라는 걸 배우고 있구나.'발달심리학에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가 아이 재우고 새벽에 올린 B급 영상 하나가 정성껏 만든 기획 영상을 조회수로 가뿐히 눌러버렸을 때, 처음엔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그 '예상 못 한 기쁨'이 제 삶을 살아있게 만들고 있었다는 걸,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비로소 언어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깊이 있는 사람은 '자주' 고민한다는 것육아를 하면서 제 주변의 어른들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갑자기 인생 조언을 해주는 분들이 늘어나는데, 그분들 중엔 두 부류가 있었습니다. "그건 이렇게 하면 돼, 원래 다 그래"라고 단번에 결론을 내리는 분과, "나는 그때 이렇게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좀 달리 했을 것 같기도 해"라고 고민을 얹어서 말씀하시는 분.인지심리학(cognitive..
솔직히 저는 아이를 낳기 전까지 제 삶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육아를 시작하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하루 중 아이가 해맑게 웃던 시간이 분명 더 길었는데, 밤에 기억나는 건 결국 제가 지쳐 쓰러졌던 그 한 장면뿐이라는 걸. 왜 좋은 기억은 그렇게 빨리 사라지는 걸까 의아했는데, 심리학에는 이걸 설명하는 개념이 이미 있었습니다. 우리 뇌가 원래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는 겁니다. 왜 나쁜 기억만 남는 걸까 — 부정성 편향의 정체육아를 시작하고 처음 한두 달은 정말 버티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가 예쁜 건 맞는데, 그 예쁜 순간보다 제가 밤새 울다 새벽을 맞은 기억이 훨씬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처음엔 그게 제 개인적인 약함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건 저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