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이 늦어진 날 밤, 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를 수십 번 되뇌었습니다. 겉으로는 더 당당한 척했지만, 퇴근 후 혼자가 되면 한없이 무너졌습니다. 알고 보니 그건 자존감이 아니라 자존심이었습니다. 진짜 자존감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현대인들이 자꾸 둘을 혼동하는지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중심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자존심과 자존감, 뭐가 다른 걸까요저도 한동안 이 둘을 같은 것으로 여겼습니다. "나는 최고야"라고 크게 외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외칠수록 작은 비판 하나에도 더 크게 흔들렸습니다.자존심(self-pride)이란 타인의 시선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자기 방어 기제입니다. 쉽게 말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초점이 맞춰진 감정의 방패입니..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더 편안해진다고 믿었습니다. 번아웃이 왔을 때 저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경험해보니, 고립이 길어질수록 SNS를 더 많이 들여다보게 되고, 그럴수록 무기력감은 오히려 심해졌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SNS 사용이 하루 2시간을 넘으면 정신 건강이 유의미하게 악화된다고 합니다. 제가 몸으로 먼저 겪은 것을 데이터가 뒤늦게 확인해준 셈이었습니다. SNS 2시간의 경계선, 하강나선의 시작일반적으로 SNS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도구'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번아웃이 왔을 때 저는 모든 인간관계를 끊고 방 안에 틀어박혔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4~5시간씩 스마트폰 화면을 스크롤했습니다. 화면 속에는 해외여행 사진, 승진 소식, 자기 계발 인..
친절하게 대할수록 더 심하게 무시당한 경험, 혹시 있으십니까? 저는 있습니다. 처음엔 분위기를 살리려고 웃어넘겼고, 그다음엔 더 친절하게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건 더 노골적인 비꼼이었습니다. 무시하는 사람에게 선의를 베풀수록 오히려 상황이 나빠지는 이유, 저도 한참 뒤에야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무시하는 사람의 심리 구조제가 함께 일했던 동료는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유독 제 의견만 흘려들었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업무를 마쳤을 때도 "이런 거 할 줄 알았어?"라며 능청스럽게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처음엔 그냥 성격이 좀 거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패턴을 보니 달랐습니다. 그 동료는 저한테만 그랬고, 대응이 강해 보이는 사람한테는 절대 그러지 않았습니다.이 지점이 핵심입니다. 무시하는 행동은 무작위가 아..
저도 처음엔 그냥 좀 피곤한 건줄 알았습니다. 아이를 돌보면서 밀려드는 무기력함과 막막함이 쌓여가는데도, '육아가 다 이렇지 뭐' 하고 넘겼거든요. 그런데 한 달을 돌아봤을 때 기분 좋았던 날이 단 하루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그게 경미한 우울증이라는 신호였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경미한 우울증 — '그냥 원래 그런 거지'라고 넘겼던 이유정신건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상태를 기분저하증(dysthymia)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기분저하증이란 주요 우울증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낮은 기분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문제는 이게 너무 조용히 온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미열이 계속되는데 아프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합니다.제가 ..
저도 처음엔 "너를 위해서"라는 말이 그냥 사랑 표현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말 뒤에 어김없이 따라붙는 건 제 선택을 뒤집는 통보였습니다. 부모-자녀 관계는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애착이지만, 동시에 가장 깊은 상처가 만들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정신과 임상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세 가지 유형의 문제적 양육 방식, 그리고 제가 직접 겪으며 깨달은 것들을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지배형 부모: "사랑"이라는 이름의 통제일반적으로 권위 있는 부모는 아이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분명히 구분이 필요합니다. '권위'와 '지배'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지배형 부모(authoritarian parenting)란, 자녀의 의사와 무관하게 자신의 기준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