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부모가 모든 결정을 대신 해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성인이 돼도 몸만 큰 채로 남습니다. 저 역시 그 말이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대학 전공도, 첫 직장 선택도 부모님의 의견이 제 판단보다 훨씬 크게 작동했고, 막상 혼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오자 심한 불안감이 따라왔습니다. 이 글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심리적 독립이 왜 어렵고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지를 정리한 글입니다. 정체성 차압, 내 삶인데 내 것이 아닌 느낌발달심리학에서는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자신만의 가치관, 취향, 선택 기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정체성 형성(Identity Formation)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정체성 형성이란, 단순히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아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선택과 충돌과 실패를 통해..
아이에게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했을까, 뒤늦게 후회한 밤이 적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 저를 짓눌렀던 "넌 왜 이것도 못 하니"라는 말이, 어느 순간 제 입에서 아이에게 고스란히 나오고 있었습니다. 부모의 해결되지 않은 콤플렉스가 어떻게 아이에게 흘러가는지, 그리고 그 흐름을 어떻게 끊을 수 있는지 제 경험을 중심으로 풀어봤습니다. 아이를 다그칠 때, 사실은 나를 다그치고 있었다 — 투영아이가 수학 문제를 틀릴 때마다 제 안에서 뭔가가 울컥하고 올라왔습니다. 당시엔 "그냥 집중을 안 해서"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제가 학창 시절 수학 때문에 주눅 들었던 기억과 정확히 겹쳐 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투영(projection)입니다. 여기서 투영이란,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기 ..
솔직히 저는 아이를 낳기 전까지, 사춘기가 이렇게까지 사람을 갈아 넣는 시간인 줄 몰랐습니다. 유아기에는 눈물을 닦아주면 됐는데, 사춘기는 그 눈물이 내 것인지 아이 것인지조차 구분이 안 되더군요. 지금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혼자 방 안에서 이불을 깨물고 있는 게 자기만이 아니라는 사실, 이 글에서 먼저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사춘기,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실제는 달랐습니다흔히 사춘기는 "잠깐 지나가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기다리면 된다, 놔두면 알아서 한다, 다들 겪는 거다. 저도 그 말을 믿고 버텼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그 '잠깐'이 5년이기도 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이기도 했습니다.어제까지 손 잡고 마트 가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눈빛이 바뀝니다. 기생충처럼 외계 생명체가 들어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