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누군가와 크게 부딪히고 집에 돌아왔던 날, 저는 밥도 못 먹고 천장만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나약하지. 이 정도 가지고 힘들면 안 되는데." 그런데 뇌과학 연구 결과를 접하고 나서 그 자책이 완전히 잘못된 방향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사람 때문에 겪는 고통은 뼈가 부러지는 것과 뇌에서 동일하게 처리됩니다. 피 흘리는 사람에게 "의지가 약하다"고 다그치는 셈이었던 겁니다. 의지력에도 총량이 있다는 불편한 진실저는 한때 "의지만 있으면 뭐든 된다"는 말을 꽤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아침에 상사한테 불필요한 핀잔을 듣고, 점심 무렵엔 동료와 어색한 충돌이 있었고, 오후에 고객 전화로 30분을 소모한 날이면, 저녁엔 어김없이 끊으려던 ..
퇴직하고 처음 몇 달은 솔직히 아침이 두려웠습니다. 4시 4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던 사람이 갑자기 9시가 넘어서야 침대를 벗어나고 있었으니까요. 문제는 늦게 일어난 것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리던 저도, 결국 아주 작은 루틴 하나로 하루의 무게가 달라지는 걸 몸으로 겪었습니다. 자기 통제감을 잃는다는 것퇴직하고 나서 제일 먼저 사라진 건 돈도, 명함도 아니었습니다. '내가 나를 움직인다'는 감각이었습니다. 30년 넘게 출근 시각, 회의 시각, 마감 시각이 저를 통제해 왔는데, 갑자기 그 모든 구조가 없어지니 하루가 그냥 흘러가 버렸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몇 분 더 잘 수 있을까..
만나고 나면 왠지 모르게 기운이 빠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특별히 싸운 것도 없고, 딱히 잘못된 말을 들은 것도 아닌데 집에 돌아오는 길이 유독 무겁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을 꽤 오래 안고 살았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심리학 연구 결과와 제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군중 속 고독 — 연결될수록 왜 더 외로워지는가카카오톡 연락처가 1,500명을 넘어도 막상 오늘 힘든 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는 느낌,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군중 속 고독(Loneliness in a Crowd)'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군중 속 고독이란 물리적으로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음에도 정서적으로는 단절감을 느끼는 상태를 말합니다. SNS에 올라오는 타인의 여행 ..
저도 처음엔 나를 사랑하라는 말이 그저 SNS 감성 문구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육아와 살림을 전담하면서 가족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냈는데, 정작 제 몸에 멍이 들어도 언제 생겼는지조차 몰랐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완전한 번아웃을 겪고 나서야,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 거창한 다짐이 아니라 귀찮더라도 나에게 좋은 것을 해주는 작은 행동의 반복임을 실감했습니다. 번아웃은 예고 없이 오지 않았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번아웃(burnout)이라는 게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듯 찾아오는 줄 알았습니다. 여기서 번아웃이란 신체적·정서적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어 일상적인 기능이 어려워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오랫동안 축적된 피로와 자기 방치가 임계점을 넘는 순간 터지는 것인데, 제 경우엔 그 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