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더니 부모님이 먼저 와 계셨던 경험, 한 번쯤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는 그 순간의 감각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반갑기보다 온몸이 먼저 굳어버렸거든요. '오늘은 또 무슨 말을 들어야 하지.' 부모님을 사랑하면서도 숨이 막히는 그 이중적인 감정, 그게 과연 제만의 것이었을까요. 통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쌓인 것들부모님의 통제가 처음부터 '통제'처럼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대학 시절, 9시가 넘으면 전화가 왔고, 친구를 만날 때도 누구인지 보고해야 했습니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어요. '다 나를 위해서'라는 말을 수십 번 들으며 자랐으니까요.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저는 부모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부모님한테 미움받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는 ..
나이가 들수록 연락하는 사람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통계, 체감하고 계십니까? 저는 30대에 접어들면서 이 수치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20대에 그토록 붙들었던 넓은 인맥이 어느 순간 오히려 저를 지치게 만들었고, 관계가 줄어드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성숙의 과정임을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인간관계에 현타가 온 적, 한 번쯤 있지 않으십니까저는 20대 중반까지 주말마다 약속을 채워 넣었습니다.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내가 잘 살고 있다는 착각이 있었으니까요. 형동생 하며 관계를 넓히고, 연락처 목록이 늘어날수록 뭔가 든든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어울렸는데도, 진짜 힘든 순간에 전화를 걸 사람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발달심리..
어린 시절 부모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로 세상을 대합니다. 차갑게 밀어내거나, 끝없이 눈치를 보거나. 저는 전자였습니다. 지적을 받으면 반사적으로 "왜 저한테만 그러세요?"라는 말이 튀어나왔고, 그게 제 상처를 들키지 않으려는 방어였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사랑이 인색한 집에서 자라면 생기는 일 — 애착 유형애착 유형(Attachment Style)이란 유아기 때 주 양육자와 맺는 정서적 연결 방식이 성인 이후 대인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입니다. 여기서 애착 유형이란, 쉽게 말해 "나는 사람을 어떻게 믿고 어떻게 거리를 두는가"의 패턴이 어릴 때 이미 뿌리내린다는 뜻입니다.크게 두 가지 양상이 나타납니다. 하나는 회피형 애착(Avo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