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엔 밥을 자주 사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사회생활 초반, 유독 먼저 한 끼를 챙겨주던 선배가 있었는데 그 관계가 어떻게 틀어졌는지 돌아보면 지금도 씁쓸합니다. 80년 넘게 살아온 시인 나태주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야 그 씁쓸함의 정체를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음식 한 끼, 말 한마디, 뒤에서 하는 행동 하나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드러낸다는 것을요. 밥 한 끼에 숨은 의도를 읽는 법일반적으로 밥을 자주 사주는 사람은 배려심이 깊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을 무렵, 유독 먼저 다가와 "한번 먹자"를 입에 달고 살던 선배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따뜻한 사람이려니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밥 한 끼 뒤에는 항상 청구서가 따라왔습니다...
친절한 사람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도 처음엔 그 말이 실감나지 않았습니다. 직장에서 만난 동기 한 명이 유독 친절했고, 그 친절이 결국 제 에너지를 통째로 빼앗아 갔거든요. 누군가와 함께하면서 이유 모를 오싹함과 감정적 피로가 쌓인다면, 그건 그냥 피곤한 게 아니라 몸이 보내는 생존 신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세한 느낌',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혹시 누군가를 만나고 왔는데 딱히 싸우지도 않았는데 지쳐있던 경험, 있으십니까. 저는 직장 동기 한 명을 만나고 나면 꼭 그랬습니다. 만난 지 일주일도 채 안 됐는데 그 친구는 제 주말 일정을 당연하다는 듯 물어보고, 가족 관계까지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처음엔 친화력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알 수 없는 오싹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