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제대로 못 자는 사람이 외롭고 불안해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 말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속으로 "그러니까 제 얘기잖아요"라고 중얼거렸습니다. 아기를 키우며 수면이 쪼개지고, 루틴이 무너지고, 내가 하루를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 자체가 사라져버린 그 시기의 이야기입니다. 통제감을 잃을 때 불안이 시작된다스트레스의 심리학적 정의를 한 줄로 압축하면 이렇습니다. "내가 통제권을 상실했을 때 느끼는 부정적 감정의 총합." 여기서 핵심은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통제권 상실'입니다. 같은 힘든 상황이라도 내가 어느 정도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느낄 때와 완전히 떠밀리고 있다고 느낄 때는 체감하는 스트레스 강도가 전혀 다릅니다.제가 육아에 전념하던 시기가 딱 그랬습니다. 회사에서는 일의..
아기가 밥을 한 숟가락도 안 먹으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저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버린 적이 있습니다. 틱톡에 올린 영상을 다시 돌려보다가 그 장면을 발견했을 때, 솔직히 꽤 충격이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온전히 육아에 전념하면서도, 저는 여전히 아기를 제 뜻대로 통제하려는 '비합리적 신념' 속에 갇혀 있었던 겁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애착 유형과 성격·성품의 차이를 파고들수록, 그 굳은 표정의 이유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안정형 애착 — 타고난 것이 아니라 매일 만들어가는 것심리학에서는 사람이 관계를 맺는 방식을 크게 네 가지 애착 유형(Attachment Style)으로 구분합니다. 여기서 애착 유형이란, 어린 시절 주 양육자와의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관계 맺기의 패턴'을 뜻합니다. 자기..
1,000명의 범죄자 중 절대다수가 열 살 이전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다는 프로파일러의 증언이 있습니다. 이 한 문장을 접하고 제가 처음 느낀 건 슬픔이었습니다. 나르시시스트를 알아보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결국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왔다는 사실이, 단순한 '나쁜 사람 구별법'을 넘어서는 무게를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기애성과 자기주장의 차이, 생각보다 선명합니다나르시시즘(narcissism)이라는 단어는 요즘 워낙 흔하게 쓰이다 보니, 오히려 개념이 흐릿해진 감이 있습니다. 여기서 나르시시즘이란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타인의 감정이나 필요를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자기애적 성향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자신감이 강하거나 주관이 뚜렷한 사람과는 결정적으로 다릅니다.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은 시선이..
소시오패스는 드라마 속 빌런이 아닙니다. 인지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우리를 조종하는 사람은 낯선 괴한이 아니라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일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제가 육아로 사회와 단절됐던 시기, 만나는 사람이 한없이 줄어들면서 저도 모르게 그 취약한 상태에 빠져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고립이 얼마나 위험한 심리적 조건을 만드는지를요. 고립이 만드는 위험 — 나도 모르게 취약해지는 순간회사를 그만두고 온종일 아이를 돌보기 시작했을 때, 처음엔 그게 옳은 선택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자 이상한 감각이 찾아왔습니다. 세상이 저를 빠르게 두고 가는 느낌, 그리고 제 판단이 점점 흐려지는 느낌이었습니다.심리학에서는 이 상태를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
솔직히 저는 한동안 몰랐습니다. 대화가 끝난 뒤 혼자 기진맥진해지는 게 상대방 탓이 아니라 제 예민함 때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회사에서 만난 한 동료와의 관계를 되돌아보면서, 감정이 소모되는 방향에 패턴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직감했습니다. 이 글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가까이 하면 안 되는 사람을 어떻게 알아보고 어떤 기준으로 거리를 둬야 하는지 제 시각과 함께 풀어낸 기록입니다. 에너지 뱀파이어와 나르시시스트, 왜 처음엔 모를까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이런 사람들은 첫인상이 정말 좋습니다. 만나자마자 칭찬 세례를 퍼붓고, 짧은 시간 안에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굴죠. 처음엔 '운 좋게 좋은 사람을 만났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그게 철저히 계산된 행동일 수 있다는 겁니다.심리학에서는 이런 패턴을..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외모'를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던 시절,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사람인데도 이상하게 함께 있기 불편한 분들이 있었습니다. 나중에서야 알았습니다. 문제는 생김새가 아니라 소리와 냄새, 동작 같은 오감 전체에서 풍겨나오는 인상이었다는 걸. 그리고 그것이 호감과 비호감을 가르는 첫 번째 기준이라는 것도요. 외모는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닙니다 — 오감 외모의 진짜 의미심리학과 행동과학 분야에서는 사람이 타인을 평가할 때 시각 정보만이 아니라 청각·후각·촉각까지 포함한 감각 총합으로 인상을 형성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이를 '다중감각 인상 형성(Multisensory Impression Formation)'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다중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