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3년 동안 시작을 못 했습니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깔고, 관련 책을 다섯 권이나 사서 읽으면서도 정작 첫 영상 하나를 못 올렸습니다. 그러다 퇴근 후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멍하니 들여다보던 어느 밤, 문득 이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뇌리를 후려쳤습니다. 완벽한 준비를 기다리는 동안 정작 삶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습니다. 퇴근 후 3시간 선실행이 두려운 사람에게 생긴 일조명이 없어서, 마이크가 없어서, 편집을 아직 잘 몰라서. 제가 3년 동안 스스로에게 댄 핑계들입니다. 결국 어느 날 밤, 거실 형광등 켜고 휴대폰 삼각대 하나만 세운 채 무작정 녹화 버튼을 눌렀습니다. 말은 버벅거렸고 화면 구석엔 에어컨 리모컨이 그대로 보였습니다.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영상을 유튜브..
책 100권 읽기 챌린지를 마친 날, 저는 허탈했습니다. 완독 목록은 늘었는데 막상 "그 책 어떤 내용이었어요?"라는 질문 앞에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많이 읽으면 저절로 생각도 깊어질 거라 믿었던 게 착각이었다는 걸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그 경험이 제 독서법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독서법 다독의 함정 — 많이 읽을수록 좋다는 착각일반적으로 독서량이 많을수록 지식도 비례해서 쌓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월별 목표를 세우고 베스트셀러 목록을 훑으며 빠르게 완독 수를 채웠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달랐습니다.완독 한 권수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기억에 남는 문장은 줄어들었습니다. 내용이 파편화(fragmentation)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여기서 파편화란, ..
몇 년 전 수목원에서 지인 가족과 함께했던 하루가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합니다. 음식물 반입 금지 구역에서 아이에게 과자를 먹이던 지인의 모습을 보며, 저는 그게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집에서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아이가, 왜 밖에 나오면 '밉상'이 되는 걸까요? 그 답이 바로 양육 태도에 있다는 사실을 그날 이후 오래 생각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목격한 민주적 양육의 민낯그날 수목원 보호 구역 벤치에서 지인은 관리원의 방송이 나오는 중에도 아이에게 과자를 먹게 뒀습니다. "지금 출출해서 기분이 안 좋잖아, 이것만 먹고 바로 치우면 되지"라는 말과 함께요. 제가 직접 그 상황을 지켜보며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저 아이는 지금, 규칙보다 내 기분이 먼저라는 걸 배우고 있구나.'발달심리학에서..
팀 프로젝트 발표 자리에서 전문 용어를 쏟아내며 자기 기획이 완벽하다고 큰소리치던 동료가 있었습니다. 막상 결과물을 열어보니 기초 데이터 분석조차 엉성했고, 피드백을 건네자 "의도를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이 답답하다"며 도리어 화를 냈습니다. 제가 직접 겪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이 있습니다. 그 태도 뒤에는 단순한 뻔뻔함이 아니라, 훨씬 복잡한 심리 구조가 숨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이 생기는 배경 — 방어기제능력과 자신감 사이의 간극이 눈에 띄게 벌어질 때, 심리학에서는 이를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로 설명합니다. 여기서 방어기제란 자아가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이나 열등감을 무의식적으로 차단하고 포장하는 심리적 보호막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스스로도 어..
나이가 들수록 연락하는 사람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통계, 체감하고 계십니까? 저는 30대에 접어들면서 이 수치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20대에 그토록 붙들었던 넓은 인맥이 어느 순간 오히려 저를 지치게 만들었고, 관계가 줄어드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성숙의 과정임을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인간관계에 현타가 온 적, 한 번쯤 있지 않으십니까저는 20대 중반까지 주말마다 약속을 채워 넣었습니다.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내가 잘 살고 있다는 착각이 있었으니까요. 형동생 하며 관계를 넓히고, 연락처 목록이 늘어날수록 뭔가 든든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어울렸는데도, 진짜 힘든 순간에 전화를 걸 사람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발달심리..
솔직히 저는 몰랐습니다. 아이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제 해석이 저를 더 망가뜨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하루 종일 집 안에서 육아와 씨름하다 문득 고개를 들면, 세상이 저만 빼고 앞으로 달려가는 것 같은 막막함이 밀려왔습니다. 그 감정의 정체를 알고 나서야 비로소 숨이 트이기 시작했습니다. 육아 중 느끼는 불안, 진짜 원인은 2차 고통이었습니다아이가 이유 없이 떼를 부리는 날, 저는 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육아를 형편없이 하고 있구나. 이 나이에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사건은 단 하나였는데, 그 위에 제 해석이 겹겹이 쌓이면서 고통이 열 배로 불어났습니다.심리학에서는 이것을 1차 고통과 2차 고통으로 나눕니다. 1차 고통이란 실제로 벌어진 사건 그 자체, 즉 아이의 울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