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그 순간까지도 사기를 당할 뻔했다는 걸 몰랐습니다. 아는 사람이 급하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 저는 그냥 이체 버튼만 누르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버튼을 누르지 않아서 지금 이 글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사기 범죄는 낯선 사람이 아니라 아는 사람을 통해 발생하는 비율이 66%에 달한다고 합니다(출처: 경찰청). 제가 그 통계 안에 들어갈 뻔했습니다. 사기꾼의 패턴, 생각보다 훨씬 체계적입니다제가 직접 겪었던 그 상황을 돌이켜보면, 지인은 처음부터 굉장히 친절했습니다. 평소보다 더, 오히려 미안할 정도로요.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바로 경계심 허물기의 시작이었습니다.사기 수법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전문적으로는 이를 기망(欺罔)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기망이란 ..
솔직히 저는 제가 사기에 당할 사람이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회초년생 시절, 재테크 모임에서 알게 된 한 지인이 제 이야기를 누구보다 진지하게 들어줬을 때, 그 순간만큼은 의심이 아닌 온기를 느꼈으니까요. 2015년 이후 우리나라 1위 범죄가 절도가 아닌 사기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사기꾼이 노리는 건 돈이 아니라, 사람의 욕구와 외로움이라는 것도요. 경청의 함정 — 사기꾼이 먼저 귀를 여는 이유제가 그 지인에게 처음 무장 해제됐던 이유를 나중에야 정확히 알게 됐습니다. 그는 말을 많이 한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제 말을 끊지 않고, 맞장구를 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게 전략이었다는 사실을 그때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범죄 심리학에서는 이를 라포르 형성(R..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협상을 '기술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논리적인 근거를 준비하고, 더 날카로운 말을 골라야 이긴다고 믿었죠. 그런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뼈저리게 깨달은 건, 협상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논리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상대의 니즈(Needs)를 읽기 전에 내 감정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것, 그걸 알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착한 사람콤플렉스, 협상의 첫 번째 적주말 오후에 동료한테 카카오톡이 오면, 저는 반사적으로 "네, 제가 볼게요"를 눌렀습니다. 거절하면 관계가 틀어질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죠. 착한 사람콤플렉스(Nice Person Complex)란 바로 이런 심리 상태를 가리킵니다. 상대에게 싫은 소리를 하면 관계가 나빠질 것이라는 전제를 ..
사기 피해자의 80%는 "설마 내가 당하겠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입니다. 검사 경력 33년의 전직 검사가 수천 건의 사기 사건을 분석해 도출한 사기꾼 식별 체크리스트 28가지, 그리고 저 자신이 중고거래 현장에서 송금 버튼 직전에 멈춰 선 아찔한 경험. 그 둘을 겹쳐봤더니 사기의 구조가 훨씬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삼자사기, "직접 만났으니 안전하다"는 착각이 가장 위험합니다일반적으로 중고거래는 직접 만나면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봤더니, 그 믿음이 오히려 가장 큰 허점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평소 갖고 싶었던 고가의 전자기기가 시세보다 20만 원 이상 저렴하게 올라온 걸 봤고, 판매자는 출장 중이라며 지인을 대신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약속 장소..
솔직하게 털어놓을수록 더 깊은 사이가 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반대였습니다. 입사 동기에게 이전 직장 트라우마와 가정사를 꺼낸 그날부터, 저는 서서히 그 사람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그 약점이 동료들 사이에서 저를 '원래 예민한 사람'으로 매도하는 데 쓰였습니다. 친한 사이일수록 오히려 더 말을 아껴야 한다는 사실, 경험으로 배우기엔 너무 비쌌습니다. 솔직함이 독이 되는 순간 — 편견 방지솔직함은 미덕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솔직함과 무분별한 자기 노출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정치 성향, 종교관, 과거의 상처를 꺼내는 행위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편견의 색안경을 씌우는 일이었습니다.심리학에서는 이를 ..
승진이 늦어진 날 밤, 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를 수십 번 되뇌었습니다. 겉으로는 더 당당한 척했지만, 퇴근 후 혼자가 되면 한없이 무너졌습니다. 알고 보니 그건 자존감이 아니라 자존심이었습니다. 진짜 자존감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현대인들이 자꾸 둘을 혼동하는지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중심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자존심과 자존감, 뭐가 다른 걸까요저도 한동안 이 둘을 같은 것으로 여겼습니다. "나는 최고야"라고 크게 외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외칠수록 작은 비판 하나에도 더 크게 흔들렸습니다.자존심(self-pride)이란 타인의 시선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자기 방어 기제입니다. 쉽게 말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초점이 맞춰진 감정의 방패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