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은 겉모습만 봐도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인지 깨닫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로 수십 년간 범죄 현장을 분석해 온 표창원 소장의 강연을 듣고, 저 스스로의 편견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범죄 예방의 출발점은 범죄자를 '다른 종류의 인간'으로 분리하려는 심리를 걷어내는 것이었습니다. 범죄자 편견, 우리가 믿고 싶은 것과 현실의 간극흉악 범죄자의 얼굴이 공개될 때마다 댓글에는 어김없이 "저 눈빛 봐라, 처음부터 범죄자 상이잖아"라는 반응이 넘칩니다. 저도 솔직히 말하면 뉴스를 보면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냉정하게 따져보면 이건 사후 확증 편향(hindsight bias), ..
일상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단어는 수천 개를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50만 단어 중 극히 일부만 쓰는 셈입니다. 제가 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찔렸습니다. 왜냐면 저는 오랫동안 "짜증 나", "대박", "미치겠네" 같은 단어들로 제 하루를 요약하고 있었거든요. 언어지문 — 내 단어가 내 품격이다언어학에서는 '언어지문(language fingerprint)'이라는 개념을 씁니다. 여기서 언어지문이란, 지문이 사람마다 다르듯 각자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 방식이 그 사람의 성향과 인격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지표가 된다는 뜻입니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어의 역사를 연구하는 황선엽 교수 역시 이 개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말하는 방식'이 인상을 ..
번아웃이 왔다고 생각한 그 시기가, 사실은 인생의 판이 통째로 바뀌는 신호였다면 어떨까요. 저는 한동안 그 질문을 붙잡고 살았습니다. 직장을 다니던 중 갑자기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지금 당장 다 뒤엎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던 그 시절을요. 당시엔 그저 지쳐서 생긴 탈진 상태라고만 여겼는데, 명리학에서 말하는 대운(大運) 교체기의 징조를 공부하고 나서 그 시기를 완전히 다르게 해석하게 됐습니다. 내 몸이 먼저 알아챈 대운 교체의 징조일반적으로 번아웃은 단순히 몸이 지쳐서 오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그 설명만으로는 뭔가 2%가 부족했습니다. 극도로 피곤할 때는 오히려 "그냥 좀 쉬면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때 제가 느낀 건 피로가 아니라 이상하게 들끓는 에너지였거든요. ..
아이가 짐을 챙겨 나가던 날,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습니다. 그게 끝이었습니다. 온종일 북적이던 집이 순식간에 박물관처럼 조용해졌고, 저는 한동안 아이 방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녀의 독립은 부모로서 성공이라고들 하지만, 제 경험상 그 순간은 성공보다 상실에 훨씬 가까웠습니다. 빈둥지 증후군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가족 관계가 어떻게 뒤틀릴 수 있는지를 제 이야기와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왜 자식이 떠난 자리는 이렇게 클까 — 빈 둥지 증후군의 배경아이가 대학에 들어가고 첫 자취방을 구하던 그 주말, 저는 냉장고를 가득 채운 반찬통을 싸면서 이상하게 손이 떨렸습니다. 보내주는 게 맞는 일인 줄 알면서도, 몸이 먼저 아는 거였습니다. 이게 빈 둥지 증후군(Empty..
출간된 지 80년이 넘었는데도 전 세계에서 1,500만 부 이상 팔린 책이 있습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입니다. 솔직히 처음엔 "이 시대에도 통할까?" 하고 반신반의했는데, 직접 팀원을 공개 질책했다가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경험을 한 뒤 이 책을 다시 집어 들었습니다. 그 선택이 제 리더십을 바꿔놓았습니다. 칭찬과 인정 —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오래된 연료인간에게 가장 강력한 동기 부여 요소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인간의 행동을 추동하는 욕구로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성적 충동, 그리고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 여기서 두 번째가 핵심입니다. 이를 현대적으로 풀면 '인정 욕구(Need for Recognition)'인데, 쉽게 말해 다른 사람에게 내가 가치..
침착해야 한다고 머리로는 알면서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손이 떨려 본 적 있으십니까? 저는 꽤 오랫동안 그 상태를 '의지 부족'으로 해석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완전히 틀린 진단이었다는 걸, 뇌과학 연구를 접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감정 조절의 열쇠는 정신력이 아니라 심장 박동수에 있었습니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이성은 '자동 차단'된다일반적으로 감정을 못 다스리는 건 정신력이 약해서라고들 알고 있습니다. 저도 오래 그렇게 믿었습니다. 중요한 발표 앞에서 목소리가 떨리거나, 갑작스러운 갈등에 욱 하고 말 한마디를 내뱉고 나서 '왜 나는 이럴까'를 반복했습니다.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문제였습니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두려움이나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실제로 작동하는 건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