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제가 엄마에게 상처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못했습니다. 엄마는 열심히 살았고, 저를 위해 희생했고, 그러니 내가 힘든 건 그냥 내 문제라고만 여겼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들은 강연 하나가 그 생각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엄마와 딸의 관계에는 심리학적으로 설명되는 뚜렷한 구조가 있었고, 제가 겪은 것들은 제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엄마가 딸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쓸 때 생기는 일혹시 어릴 때 엄마의 愚痴(우치)를 들어주는 역할을 맡았던 기억이 있으신지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였습니다. 엄마는 아빠에 대한 서운함을 저에게 털어놓았고,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때는 그게 '엄마와 친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삼각관계(Tri..
심리 상담 현장에서 보고되는 성인 내담자 문제의 상당수가 어린 시절 양육 환경, 특히 모성의 방식에서 비롯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 사실을 머리로만 알았습니다. 직접 그 잔여물과 마주하게 된 건 독립해 가정을 꾸린 이후였고, 그때서야 비로소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작동했던 구조의 실체를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모성 유형 — 다섯 가지 구조, 그 공통된 메커니즘심리학에서는 자녀의 심리 발달을 저해하는 양육 방식을 크게 다섯 가지 모성 유형으로 구분합니다. 거울형, 냉장고형, 지뢰밭형, 환자형, 순교자형이 그것입니다. 언뜻 제각각으로 보이지만, 저는 이 다섯 가지가 하나의 공통된 구조 위에 서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바로 어머니 자신의 불안과 자아 결핍이 자녀를 향한 과잉 개입의 동..
저도 처음엔 그게 우정이라고 믿었습니다. 10년 넘게 쌓인 세월이 있으니 그냥 참는 게 맞다고, 그게 어른스러운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죠. 그런데 돌아보면 그건 우정이 아니었습니다. '정'이라는 이름을 빌린 소모전이었습니다. 가짜 관계를 끊지 못한 채 자존감이 바닥을 찍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미운 정도 정이라는 착각이 얼마나 조용하게 한 사람의 삶을 갉아먹는지를요.미운 정이 관계를 망치는 이유그 친구와의 관계를 끊지 못했던 이유를 솔직하게 꺼내자면, 딱 하나였습니다. "그래도 이만큼 함께했는데"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생각이 얼마나 무서운 함정인지 그 안에 있을 땐 절대 보이지 않습니다.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매몰 비용 오류(Sunk Cost Fall..
솔직히 말하면, 저는 꽤 오랫동안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게 대체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거창한 자기 긍정 선언 같기도 하고, 요즘 유행하는 마케팅 문구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퇴근 후 저녁, 침대에 누워 바디로션 하나 바르기 귀찮아 그냥 잠든 날 밤, 그 의미가 조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귀찮음을 이기는 것이 자기 돌봄의 실체다매일 퇴근 후 녹초가 된 상태로 집에 돌아오면, 씻는 것조차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안을 마치고 나서 바디로션을 꺼내는 그 짧은 동작이 어떤 날은 정말 불가능한 미션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핸드폰을 손에 쥔 채 그냥 잠들고, 아침엔 푸석한 피부와 밀린 피로를 안고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는 꼭 이런 생각이 따라왔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나 자신을 ..
평균적으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1.4명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 1.4명 안에 가족이 들어가지 못하는 집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저는 한동안 남의 일처럼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도 그 통계 안에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관계의 온도 — 부모를 '사람'으로 보지 못했던 시절독립하고 나서 몇 년간, 저는 부모님과의 거리를 '성숙함'이라고 착각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 한 통 드리는 걸 미루고, 명절에 얼굴 비추는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스스로를 납득시켰습니다. 돌이켜보면 참 뻔뻔한 자기 합리화였습니다.그러다 어느 주말 오후, 예고 없이 들른 부모님 댁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마주했습니다. 아버지는 거실 소파에 혼자 앉아 스마트폰 화면을 조용히 넘기고 ..
칭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아이의 의욕을 꺾고 있었다면 어떨까요. 저도 그랬습니다. 시험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에게 "수고했어"라고 건넸을 때, 아이는 말없이 방문을 닫아버렸습니다. 부모의 말 한 마디가 아이의 내면에 어떤 지도를 그리는지, 직접 달라진 경험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타고났네"가 아이에게서 노력을 빼앗는 이유TV에서 손흥민 선수의 플레이가 나올 때 옆에서 "쟤는 타고났어"라고 무심코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감탄이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아이한테는 꽤 다른 의미로 흡수됐을 것 같습니다.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것은 능력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계속 키워나갈 수 있다는 믿음 체계를 의미합니다. 스탠퍼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