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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 가는 사람 (진정성, 경청, 정의)

팝콘과 필름 2026. 9. 12. 09:12

목차


    정직과 겸손에 기반한 진정성(authenticity)이 호감의 핵심이라는 것을 심리학 연구들은 수십 년째 반복해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이 사실을 몰랐습니다. 말을 잘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정작 상대방 이야기에 귀를 닫고 있었으니까요.

     

    호감 가는 사람 (진정성, 경청, 정의)
    호감 가는 사람 (진정성, 경청, 정의)

    진정성 없는 관계가 왜 늘 어긋나는가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대화를 잘 이끌었다 싶어도 헤어지고 나면 마음 한편이 묘하게 비어 있는 날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화제 선택이 잘못된 줄 알았고, 그다음엔 유머 감각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참이 지나서야 문제가 다른 데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성격 심리학 분야에서 정직-겸손(Honesty-Humility) 차원을 집중 연구하는 캐나다 캘거리 대학교의 이기범 교수 연구팀은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는지 여부가 결국 그 사람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습니다(출처: HEXACO 성격 모델 연구). 여기서 진정성(authenticity)이란 단순히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의 품격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성숙함까지를 포함한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이렇습니다. 눈치가 빠른데 정직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를 영리한 위험인물로 분류합니다. 자존감이 높은데 겸손함이 없으면 나르시시즘(narcissism), 즉 자기 과대평가 성향으로 읽힙니다. 반대로 눈치가 좀 둔하더라도 정직하고 겸손하면 사람들은 그를 신중하다고 평가합니다. 진정성이 먼저고 나머지 스킬은 그다음입니다.

    호감의 반대말이 배신감과 모멸감이라는 지적이 저에게는 가장 크게 울렸습니다. 돌아보니 관계가 나쁘게 끝난 경우 대부분은 어느 한쪽이, 혹은 양쪽 모두가 진정성 없이 만났던 관계였습니다. 언변이나 외적 조건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 기반이 흔들리면 관계는 결국 무너졌습니다.

    • 눈치 빠름 + 정직 부재 = 위험인물로 분류됨
    • 자존감 높음 + 겸손 부재 = 나르시시즘으로 읽힘
    • 눈치 둔함 + 정직·겸손 = 신중하다는 평가
    • 진정성이 확보된 후에야 언변·사회적 기술이 효력을 발휘함
    요약: 진정성(authenticity)은 호감의 토대이며, 언변이나 외모보다 먼저 갖춰야 할 조건이다.

     

    경청이 상대를 인기인으로 만드는 원리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는 오랫동안 호감을 얻으려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만남 전에 화제를 미리 준비하기도 했고, 말을 더 조리 있게 다듬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늘 미지근했습니다.

    반전은 뜻밖의 자리에서 왔습니다. 어느 날 아무 준비 없이 상대방 이야기를 그냥 듣기만 했던 자리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헤어지면서 "오늘 정말 좋았다"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후 찾아보니 정신분석 상담가 양성 과정에서 핵심으로 꼽는 기술 세 가지가 바로 눈맞춤, 사선으로 고개 끄덕이기, 그리고 적절한 감탄사 넣기라고 합니다. 이 세 가지를 통칭하는 개념이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ing)입니다. 여기서 적극적 경청이란 단순히 말을 듣는 행위가 아니라, 상대방이 스스로 잘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도록 돕는 반응적 행동 전체를 의미합니다.

    특출 난 것도 없어 보이는데 주변에 사람이 몰리는 유형이 있습니다. 제가 관찰해 보니 그런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자기가 인기를 발산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인기인으로 만들어 줍니다. 상대방이 말하는 동안 눈을 맞추고, 작은 이야기에도 진심으로 반응하며, 궁금한 게 생기면 꼬리 질문을 던집니다. 그 결과 상대는 자신이 흥미로운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고, 그 느낌을 준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끌리게 됩니다.

    스피치 학원은 많아도 리스닝 학원이 없다는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건 그 이유에서입니다. 말을 잘하는 능력보다 잘 듣는 능력이 호감 형성에는 훨씬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걸, 저는 꽤 늦게 배웠습니다.

    요약: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ing)은 상대방을 인기인으로 만들어주는 기술이며, 호감을 얻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이다.

     

    착한 사람이 만만해 보이지 않으려면 자기 정의가 있어야 한다

    착하다는 이유로 같은 실수를 저질러도 더 많이 꾸지람을 듣는 상황, 주변에서 한 번쯤은 목격했을 겁니다. 제가 기업 조직을 들여다보면서 가장 답답했던 장면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문제의 원인이 착한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을 만만하게 대하는 구조임에도, 착한 사람이 스스로를 탓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유형을 이타성(altruism)은 높지만 우호성(agreeableness)이 과도한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이타성이란 타인의 이익을 위해 자기 것을 내어주는 성향이고, 우호성이란 모든 사람과 잘 지내려는 욕구를 뜻합니다. 이 둘이 함께 높아지면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기 선을 계속 뒤로 물리게 됩니다. 결국 선을 넘는 사람이 반복해서 선을 넘어도 아무 제지가 없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착하면서도 만만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자기만의 정의(justice)가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정의란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여기까지는 괜찮고 여기서부터는 아니다"는 자기 경계선을 스스로 언어화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이란 일만 하는 곳이 아니라 동료의 중요한 기쁨과 슬픔 정도는 함께 인식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식의 기준이 있으면, 그 선을 넘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알아차리게 됩니다.

    시카고 대학교 경영대학원 크리스토퍼 C. 시의 연구팀이 발표한 '프라다 이펙트(Prada Effect)' 실험은 이 맥락에서 함께 볼 만합니다(출처: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 명품을 소지한 사람이 더 유능하고 부유하다는 판단은 높아졌지만, 실제로 함께 일하고 싶다는 호감은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쉽게 말해 과시적 지위 신호는 능력 평가에는 도움이 되지만 협동과 공존에 대한 신뢰는 깎아먹는다는 겁니다. 자기 정의 없이 겉만 채우면 결국 비슷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요약: 이타성(altruism)과 적절한 우호성(agreeableness)의 균형을 잡으려면, 자기만의 정의(justice)를 언어로 세워두는 것이 핵심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외모가 별로인데 호감을 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심리학 연구들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외모가 호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고 공감대, 따뜻함, 친밀함의 영향이 커집니다. 외모를 매력의 수단으로 키우는 것보다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관리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 현실적으로 훨씬 효율적입니다. 소리, 냄새, 동작까지 포함한 오감 전체가 외모임을 기억하면 방향이 잡힙니다.

     

    Q. 동성 친구한테는 인기 많은데 이성한테는 왜 인기가 없을까요?

    A. 대인관계 연구에서는 동성에게 인기가 없으면 이성에게도 인기를 얻기 어렵다고 봅니다. 이성이 나를 평가할 때 주변 동성의 평판을 상당 부분 참고하기 때문입니다. 동성에게 인기 없는데 이성에게만 인기 있다고 느껴진다면, 그 인기의 성격과 지속성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나쁜 사람한테 자꾸 끌리는 건 왜 그런 건가요?

    A. 외로움과 자극 추구 사이의 관계로 설명됩니다. 외로운 상태에서는 뇌가 자극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갈등이나 긴장감을 주는 관계가 오히려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평소에 다양한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외롭지 않은 상태를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Q. 경청을 잘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습하나요?

    A. 당장 내일부터 쓸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눈을 맞추는 것, 고개를 사선으로 끄덕이는 것, 그리고 상대방이 말할 때 "아", "그렇군요" 같은 감탄사를 자연스럽게 넣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는 정신분석 상담 교육에서 상담가에게 가장 먼저 훈련시키는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ing)의 기본 동작이기도 합니다. 처음엔 어색하더라도 의식적으로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러워집니다.

     

    결론

    호감을 얻기 위해 저는 꽤 오랫동안 엉뚱한 곳을 파고 있었습니다. 더 잘 말하는 법, 더 그럴싸해 보이는 법에만 집중했고, 정작 상대방이 무엇을 느끼는지에는 무심했습니다. 진정성(authenticity)이 먼저이고,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ing)이 그다음이며, 자기만의 정의(justice)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관계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지금 당장 대단한 변화를 시도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음 대화에서 한 번만 말수를 줄이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눈을 맞춰 보십시오. 제 경험상 그 작은 차이가 관계의 온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wngyOXvWQ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