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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과 원만하게 지내야 성공한다'는 말, 저도 오랫동안 맞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3,000년 된 주역(周易)은 정반대를 말합니다. 이 세상에는 '사람이 아닌 사람'이 꽤 있고, 그들과는 말조차 섞지 말라고요. 처음엔 너무 냉정한 소리 같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게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었습니다.

비인 구별법 — '말과 행동의 일치'를 봐야 하는 이유
주역에는 '비인(非人)'이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여기서 비인이란 글자 그대로 '사람이 아닌 사람', 즉 사람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리를 갖추지 못한 이를 가리킵니다. 무례한 사람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별할까요. 공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젊었을 때는 사람이 말을 하면 그 말대로 행동할 것이라 믿었지만, 나이 들어 경험이 쌓인 뒤에는 그 말대로 실제로 행동하는지를 본다고요. 결국 기준은 단 하나, '언행일치(言行一致)'입니다. 쉽게 말해, 말하는 것과 사는 것이 같은 사람인가를 보라는 것입니다.
제가 30대 초반에 만났던 한 지인이 딱 이 경우였습니다. 저한테는 늘 '우리 사이에 뭘'이라며 친근함을 내세웠는데, 서비스직 종사자나 후배들에게는 은근히 무례한 태도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그냥 성격 차이려니 했는데, 주역이 짚어주는 두 번째 기준이 바로 이겁니다. 나한테 잘 보이려 할 때의 말이 아니라, 자신보다 약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하는 말과 행동을 보라는 것이죠.
이 두 가지 기준을 알고 나서 되돌아보니, 그 지인이 왜 그렇게 피로했는지가 단번에 설명됐습니다. 속으로는 깊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인맥이 끊어지는 게 무서워서' 그저 참아왔던 겁니다. 주역은 이런 비인과 말을 섞으면 결국 기가 막혀할 말을 잃게 된다고 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비유가 아니라 사실이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경계가 있습니다. 나와 성향이 다르거나 궁합이 맞지 않는 '상극(相剋)'인 사람을 섣불리 비인으로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상극이란 단순히 서로의 기운이 충돌하는 조합을 의미하는데, 이런 사람은 나와 잘 안 맞을 뿐이지 비인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과는 얼마든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일 수 있으니까요.
- 그 사람이 한 말대로 실제로 행동하는가 (언행일치)
- 나보다 약한 처지의 사람에게 어떻게 대하는가 (약자 태도)
- 나와 단순히 '상극'인 사람을 비인으로 오해하지는 않았는가 (과잉 낙인 경계)
아모르파티와 관계 에너지 — 썩은 동아줄을 놓는 것도 운명애다
주역에서 말하는 '운(運)'은 흔히 알고 있는 개념과 조금 다릅니다. 단순히 하늘이 정해놓은 운수가 아니라,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예정대로 달성하는 힘'이 운이라는 겁니다. 자동차를 운전해서 목적지에 제시간에 도착하려 할 때, 막힌 길을 돌아가서라도 결국 가는 것, 그것이 운이고 그 힘은 사람 안에 이미 부여되어 있다는 것이죠.
이와 함께 나오는 개념이 '아모르파티(Amor Fati)'입니다. 아모르파티란 라틴어로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으로, 철학자 니체가 강조했고 주역의 운명론과도 깊이 맞닿아 있는 태도입니다. 흔히 운명이라는 말을 '어쩔 수 없으니 체념하라'는 의미로 쓰는데, 주역이 말하는 운명 수용은 그게 아닙니다. 지긋지긋한 과거조차 '나를 단련시킨 용광로였다'라고 긍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미래가 바뀐다는 겁니다.
제가 그 지인에게 처음으로 단호하게 "이번엔 도와드리기 어렵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상대는 불같이 화를 냈고 그날 통화를 끝으로 인연이 끊어졌습니다. 처음 며칠은 자책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 두 달이 지나면서 오히려 제 일상이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해졌습니다. 저를 갉아먹던 관계 에너지의 누수가 멈추자, 진짜 소중한 사람들에게 쏟을 정성이 생긴 겁니다.
주역의 '간(艮)의 길'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간의 길이란 다른 사람이 내 말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원칙을 가리키는데, 이게 원래부터 어려운 일이라는 걸 먼저 인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왕조차도 신하가 자기 말을 듣게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거죠. 그 핵심은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사람이 뭔가를 부탁해 왔을 때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두 번 연속 거절하면 어떤 협박과 원망이 따라오더라도 실제로 행동에 옮겨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주역의 분석입니다.
관계 에너지, 즉 한 사람이 인간관계에 쓸 수 있는 감정적·시간적 자원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출처: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만성적인 대인 스트레스는 번아웃과 정신건강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또한 출처: Harvard Business Review의 연구에서도 신뢰 기반의 관계를 구축한 사람일수록 생산성과 삶의 만족도가 높다고 보고합니다. 결국 관계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이죠.
주역에서 말하는 '팔자(八字)'는 운명과 또 다른 개념입니다. 팔자란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의 여덟 글자로 구성된 고유한 삶의 틀을 가리키는데, 팔자 자체에는 문제가 없고 팔자로부터 도망칠 때 비로소 팔자가 꼬인다는 겁니다. 자신의 팔자대로 살아낼 때 가장 깊은 충일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죠. 제 경험상 이건 거창한 철학이 아닙니다. '이 정도가 딱 좋다'라고 느끼는 삶의 크기를 받아들이는 순간, 불필요한 관계의 과감한 가지치기가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비인인지 아닌지 어떻게 확신하고 관계를 끊나요?
A. 확신은 처음부터 오지 않습니다. 제가 실제로 써봤을 때도, 기준은 딱 두 가지였습니다. 말한 대로 행동하는가, 그리고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어떻게 대하는가. 이 두 가지에서 반복적으로 어긋나는 패턴이 보일 때 비로소 에너지 거리를 둬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단순히 나와 성향이 달라서 불편한 경우는 비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Q. 거절했다가 관계가 완전히 틀어지면 어떡하죠?
A. 주역의 분석에 따르면 두 번 연속 거절했을 때 상대가 협박하거나 원망해도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제 경험상도 그랬습니다. 오히려 그 관계가 끊어지고 나서 주변에 진짜 소중한 사람들이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관계가 줄어드는 것이 손실이 아니라, 관계 에너지의 재배분이었던 셈입니다.
Q. 아모르파티가 그냥 현실에 안주하는 거 아닌가요?
A. 체념과 아모르파티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체념은 원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고, 아모르파티는 자기 삶의 고유한 틀, 즉 팔자를 능동적으로 긍정하는 것입니다. 더 유명해지고 싶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로컬 커피 맛집처럼 살겠다는 결심을 '이만큼이 좋다'고 받아들이는 것, 그게 아모르파티입니다. 욕심을 줄인 게 아니라 방향을 자기 안에서 찾은 거죠.
Q. 50대가 되면 새로운 깊은 친구를 사귀는 게 가능한가요?
A. 주역에서는 '벗 우(友)'와 '벗 붕(朋)'을 구분합니다. 학창 시절에 사귀는 친한 친구가 '우'라면, 50대 이후에 가능한 것은 '붕', 즉 같은 정신적 지향을 공유하는 동류(同類)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붕의 관계가 주는 깊이는 젊은 날의 친밀함과는 또 다른 종류의 기쁨이라고 봅니다.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에게 끌리는 것이 나이 든 이후의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결론
억지로 쥐고 있던 관계를 놓아버린 그 순간이, 돌아보면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신내림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신내림이란 무당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운명과 팔자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전환점을 가리킵니다. 주역이 3,000년 동안 살아남은 이유는 점을 잘 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존재해야 충실한가에 대한 법칙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인 구별법, 아모르파티, 관계 에너지 관리, 이 세 가지는 철학 서재 안에 머물러 있을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 당장 내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내 감정과 시간을 어디에 쏟을 것인가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지침입니다. 관계의 가지치기를 두려워하기보다, 그 가지치기가 진짜 붕(朋)을 만날 공간을 만들어 준다는 것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