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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과 성품 (내향성, 수면 컨디션, 개방성)

팝콘과 필름 2026. 8. 20. 11:05

목차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내향적인 성격이 고쳐야 할 결함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애써 밝게 굴고, 먼저 말을 걸고, 자리를 채우려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그 노력이 저를 더 작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성격은 바꾸기 어렵지만 성품은 얼마든지 다듬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핵심이 '잘 자는 것'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배웠습니다.

     

    성격과 성품 (내향성, 수면 컨디션, 개방성)
    성격과 성품 (내향성, 수면 컨디션, 개방성)

    내향성을 단점이라 믿었던 시절

    학창 시절 내내 저는 조용한 성격을 부끄럽게 여겼습니다. 발표 시간에 목소리가 작아지고, 단체 모임에서 구석 자리를 찾는 저를 보며 '왜 나는 저 사람처럼 못 할까'를 반복했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외향적인 사람인 척 행동했는데, 그럴수록 피로가 쌓였고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서 더 어색해졌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기질(temperament)이라고 부릅니다. 기질이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기본적인 반응 방식과 에너지 방향성으로, 후천적 노력으로 근본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내향성과 외향성은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향이 다를 뿐입니다.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에 에너지를 회복하고,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들 속에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기질을 바꾸는 데 에너지를 쏟은 것입니다. 내향성이 가진 장점인 깊은 경청 능력, 상대방의 필요를 먼저 읽어내는 세심함은 뒤로 밀어 두고, 없는 외향성을 만들려 했으니 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리학 연구들은 일관되게 단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합니다(출처: 미국심리학회(APA)).

    요약: 타고난 기질(내향성·외향성)은 바꾸기 어렵지만, 그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행동하면 성품은 얼마든지 다듬을 수 있습니다.

     

    수면 컨디션이 성품을 결정한다

    어느 날 저는 이상한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분명 전날 8시간을 잔 날은 타인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고, 사소한 부탁도 흔쾌히 들어줄 수 있었습니다. 반면 새벽 2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난 날엔 같은 상황에서도 예민하게 반응했고, 스스로도 '왜 이러지?'를 반복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수면 과학(sleep science) 분야의 연구들은 이를 뒷받침합니다. 수면 과학이란 수면이 뇌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분야로, 최근 20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수면 중에 뇌는 낮 동안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고,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을 재충전합니다. 여기서 전전두피질이란 충동 억제와 공감 능력을 관장하는 영역으로, 수면이 부족하면 이 기능이 현저히 저하됩니다. 즉, 잠이 부족하면 내 안의 가장 나쁜 버전이 먼저 튀어나오는 것입니다(출처: 미국수면재단(Sleep Foundation)).

    그때 느낀 건, 성품을 갈고닦겠다는 다짐이 아무리 강해도 수면 부채가 쌓이면 무너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잠은 덕성의 인프라입니다. 좋은 건물을 올리려면 기초 공사부터 해야 하듯, 좋은 성품을 드러내려면 충분한 수면이 먼저입니다. 다음은 제가 수면 컨디션을 관리하면서 직접 체감한 변화들입니다.

    • 수면 7~8시간을 지킨 날: 타인의 말에 집중이 잘 되고, 작은 배려가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 수면 5시간 이하인 날: 같은 상황에서도 짜증이 먼저 올라오고, 후회할 말을 내뱉는 빈도가 늘었습니다.
    • 일정한 취침 시간 유지: 수면의 양만큼 질(수면 리듬)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확인했습니다.
    요약: 성품은 의지가 아니라 컨디션에서 나옵니다. 충분한 수면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내 성격의 장점이 바깥으로 드러납니다.

     

    나이 들수록 좋아지는 사람의 조건, 개방성

    주변을 보면 나이가 들수록 더 대화하고 싶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점점 고집스럽고 까탈스러워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차이가 경험의 양이나 사회적 성공 여부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제가 직접 두 부류를 곁에서 지켜보며 알게 되었습니다.

    심리학에서 빅파이브 성격 이론(Big Five Personality Theory)의 다섯 가지 요인 중 유독 후천적 변화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 바로 개방성(openness)입니다. 빅파이브란 인간의 성격을 외향성, 성실성, 친화성, 신경증, 개방성 다섯 가지 차원으로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이 중 개방성이란,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이나 새로운 사실을 가져다주는 사람을 밀어내지 않고 기꺼이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성향을 말합니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지혜롭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반대로 개방성이 닫힌 사람은 자신이 옳다는 확신이 강해지면서 주변과 마찰이 잦아집니다. 그렇다면 개방성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요? 제 경험상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늘 무언가 새로 배우는 것입니다. 저는 몇 년 전부터 평소 접하지 않던 분야의 강의를 꾸준히 듣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제가 잘못 알고 있던 것들을 발견하는 일이 생각보다 잦았습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그 순간을 오히려 반깁니다.

    느슨하고 다양한 관계(weak ties)도 개방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합니다. 약한 연대(weak ties)란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가 정의한 개념으로, 가깝고 밀도 높은 관계가 아닌, 가볍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맺는 연결을 뜻합니다. 가깝고 깊은 관계만으로는 나와 비슷한 생각에만 노출되기 쉽고, 느슨하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비로소 낯선 시각과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요약: 나이 들수록 성품이 좋아지는 사람의 핵심은 개방성을 유지하는 것이며, 새로운 배움과 느슨하고 다양한 관계가 그 토대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내향적인 성격은 사회생활에서 정말 불리한가요?

    A. 제가 직접 겪어본 결과, 불리한 것이 아니라 방향이 다른 것입니다. 내향성은 깊은 경청과 세심한 관찰이라는 강점을 가집니다. 이를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면, 오히려 외향적인 사람이 채우기 어려운 역할을 해낼 수 있습니다. 성격의 장점을 드러낼 수 있는 컨디션을 먼저 갖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Q. 수면이 성격과 실제로 관련 있나요?

    A. 수면 과학 연구들은 수면 부족이 감정 조절 능력을 직접적으로 저하시킨다고 일관되게 보고합니다. 전전두피질의 기능이 떨어지면 충동 억제가 어려워지고, 평소 잘 눌러두던 예민함이나 짜증이 먼저 튀어나옵니다. 저도 수면 시간을 기록해보고 나서야 나쁜 날의 원인이 성격 문제가 아니라 수면 부채였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Q. 개방성을 높이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나요?

    A. 가장 단순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평소 만나지 않던 분야의 사람과 대화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 환경에 주기적으로 자신을 두는 것입니다. 요가, 서예, 외국어 등 분야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는 경험 자체가 개방성 근육을 키웁니다. 제 경우엔 꾸준히 새 강의를 듣는 습관이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Q. 단점은 아예 방치해도 되나요?

    A. 완전히 방치하기보다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최소한의 자기 통제 루틴을 함께 갖추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장점을 살리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되, 단점이 관계를 해치지 않을 정도의 기본선은 유지하는 것이 균형 잡힌 접근입니다. 저도 이 두 가지를 병행하면서 훨씬 편해졌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성격은 바꾸려 할수록 에너지만 소모됩니다. 대신 내 기질이 가진 장점을 어떤 상황에서 발휘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그것이 가능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그 컨디션의 기초는 놀랍도록 단순하게도 '얼마나 잘 잤느냐'에 달려 있었습니다.

    여기에 나이가 들수록 개방성을 의식적으로 유지하는 노력을 더하면, 성품은 자연스럽게 두꺼워집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오늘 밤 한 시간 일찍 눕는 것, 그리고 내일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분야의 이야기에 귀를 여는 것입니다. 거창한 자기 계발 계획보다 이 두 가지가 먼저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kdLv3u6P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