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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경험이 많을수록 더 불리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한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새로운 일 앞에서 "만약 틀리면 어쩌지"라는 불안이 먼저 치고 올라와, 정작 해보지도 못하고 물러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80대의 나이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는 한 배우의 삶을 들여다보니, 제가 그토록 피하려 했던 실패야말로 가장 확실한 나침반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도전 정신 — 왜 30대 이전이 결정적인가
"20대는 실패를 너무 두려워한다"는 말, 들어보신 분들 많을 겁니다. 이 말에 "맞아, 요즘 애들이 문제야"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분도 있고, "그럼 무작정 덤비라는 말이냐"며 반박하는 분도 있습니다. 저는 처음엔 후자 쪽이었습니다. 무계획한 도전은 낭비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여러 번 머뭇거리고, 또 어쩌다 용기를 내서 부딪혀본 경험을 쌓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여기서 도전 정신(entrepreneurial mindset)이란 단순히 겁 없이 뛰어드는 태도가 아닙니다. 쉽게 말해, 결과보다 과정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 먼저 묻는 태도입니다. 이 프레임으로 보면, 20~30대는 실패의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 높은 시기입니다. 회복 탄력성이란 실패나 충격 이후 다시 일어서는 심리적 복원 능력으로,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무거워지면서 이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집니다.
출처: Harvard Business Review에 따르면, 커리어 초반에 다양한 역할을 경험한 사람일수록 40대 이후 직무 만족도와 성과가 유의미하게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른바 커리어 탐색(career exploration) 단계를 충분히 거친 사람이 더 단단한 전문성을 갖는다는 겁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20대에 "이건 아닌 것 같다"라고 느끼고 방향을 바꾼 경험이, 나중에 제가 무엇을 진짜로 원하는지 훨씬 선명하게 보이게 해 줬습니다.
한편 이 두려움의 근원을 "부모의 과보호 탓"으로만 돌리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절반만 동의합니다. 과보호가 실패 경험을 차단한다는 점은 맞지만, 사회 구조적으로 실패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환경도 분명히 한몫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무작정 "겁내지 말고 해 봐라"는 말보다, "어떤 실패는 감수할 수 있는 상황을 먼저 만들어라"는 말이 더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 20~30대는 실패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기
- 커리어 탐색을 충분히 거친 사람이 이후 전문성도 높음
- 두려움의 원인은 과보호만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요인도 포함
- 도전 정신의 핵심은 무모함이 아닌 과정 중심의 학습 태도
적성 발견 — "해봐야 안다"는 말의 진짜 의미
"하고 싶은 걸 찾으세요"라는 조언, 솔직히 처음 들었을 땐 공허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떻게 찾냐고요. 저도 그게 제일 막막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적성(aptitude)이란, 처음부터 머릿속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직접 경험한 뒤에야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적성이란 단순히 잘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어도 계속하게 만드는 내적 동기와 맞닿아 있는 영역을 말합니다.
한 배우가 발레를 하다 무대에서 다른 무용수의 다리를 보고 "나는 아니구나"를 직감한 것처럼, 그 판단은 책상 앞이 아닌 현장에서 나왔습니다. 외교관을 꿈꾸며 시험을 쳤다가 떨어졌고, 영화영상학과에 무시험 입학했다가 결국 탤런트 시험 1등이 된 그 경로는 계획이 아니라 시행착오(trial and error)의 연속이었습니다. 시행착오란 미리 정해진 경로 없이 여러 가능성을 직접 시험해 보는 방법으로, 불확실한 환경에서 오히려 최적의 경로 탐색 방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우엔 이게 좀 다릅니다. 저는 한때 "일단 돈이 되는 걸 하자"는 논리로 적성 탐색 자체를 미뤄뒀습니다. 그 결과 일은 하고 있었지만 뭔가 계속 비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나중에서야 그 공백이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른 채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그 공백이 채워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공부 잘한다고 의대 가고, 성적 좋다고 변호사가 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말에 저는 적극 동의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적성만 믿고 현실을 외면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적성을 탐색하는 과정 자체에 현실 감각을 얹어가는 방식, 예컨대 관심 있는 분야에서 무급이라도 경험을 쌓아보는 방식이 훨씬 균형 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APA)의 연구에서도 직업 정체성(vocational identity)이 뚜렷한 사람일수록 번아웃 발생률이 낮고 직무 지속성이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기 사랑 — 뇌경색 이후에야 배운 것들
촬영 현장에서 갑자기 말이 나오지 않고, 왼손과 왼발을 제대로 들 수 없게 된 69세의 한 배우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꽤 오래 그 장면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떠올렸다 했습니다. 뇌경색(cerebral infarction)이란, 뇌로 가는 혈관이 막혀 산소와 영양 공급이 차단되면서 뇌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입니다. 흔히 "중풍"이라고 불리며, 초기 대응이 늦을수록 회복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혈전 용해제(thrombolytic agent), 즉 막힌 혈전을 녹이는 약물을 골든타임 안에 투여하는 게 핵심입니다.
그 배우는 수술 없이 혈전 용해제로 위기를 넘겼고, 그 경험이 삶의 태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했습니다. "머리로만 살았다, 몸으로 살지 않았다"는 고백이 제겐 꽤 묵직하게 들렸습니다. 제 경우도 비슷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과로로 실신한 경험 이후에야 비로소 "내가 내 몸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었나"를 처음으로 직면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 그전엔 "건강 챙기기"가 귀찮은 숙제처럼 느껴졌는데, 한 번 무너지고 나니 그게 사치가 아니라 모든 것의 전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자기 사랑(self-love)이라는 개념을 너무 거창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옆집이 잘 사는 걸 보며 "우리 집은 왜"라며 비교하지 않고, 내가 가진 그릇의 크기를 먼저 파악하는 것 — 그게 자기 사랑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나를 먼저 사랑해야 자식도, 배우자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은 감성적 구호가 아니라 꽤 실용적인 원칙입니다. 자신을 소진한 사람이 타인을 오래 돌볼 수는 없으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Q. 20대에 뭘 해야 할지 모를 때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A.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일단 관심이 1%라도 가는 곳에 몸을 들이미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무급이든 단기든, 현장에 가봐야 맞는지 아닌지가 느껴집니다. 머릿속 시뮬레이션과 실제 경험은 꽤 다릅니다.
Q. 실패가 반복되면 자신감이 무너지는데, 어떻게 버티나요?
A.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위로가 안 된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실패 자체보다 "이 실패에서 뭘 건졌나"를 한 줄이라도 적어두는 습관이 자신감보다 방향감을 유지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됐습니다.
Q. 부모가 원하는 직업과 내가 원하는 게 다를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부모의 기대를 무시하라는 시각도 있고, 현실적으로 타협하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그 사이 어딘가가 맞다고 봅니다. 단, 어느 쪽이든 직접 경험 없이 결론 내리는 건 위험합니다. 가능하다면 관심 직종에 짧게라도 발을 담가보고 나서 대화하는 순서가 더 설득력 있습니다.
Q. 뇌경색 초기 증상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나요?
A.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가 힘없이 처지거나, 한쪽 얼굴이 비대칭으로 늘어지는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를 불러야 합니다. 혈전 용해제 투여 가능 시간이 짧기 때문에 "좀 있다 보자"는 판단이 가장 위험합니다.
결론
도전을 권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 "실패 이후 무엇이 남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들을 곱씹으면서 정리한 결론은 간단합니다. 30대 이전은 실패의 비용이 가장 낮은 시기이고, 그 시기를 비교와 눈치 보기로 채우는 건 꽤 아까운 선택이라는 겁니다.
적성은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압니다. 그리고 그 과정 내내 가장 소홀히 하기 쉬운 게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제 경험상 나를 아끼는 습관이 먼저 있어야, 오래 달릴 수 있더라고요. 지금 당장 모든 걸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관심 가는 한 가지에 발을 살짝 들이밀어 보는 것으로 충분한 시작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