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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성의 40~50%는 타고나지만, 나머지 50~60%는 선택으로 만들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사회초년생 시절 몇 달간 준비한 프로젝트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조차 고통이었던 저로서는 '선택'이라는 단어가 너무 가볍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그 시절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생각의 방향을 조금만 바꿔도 인생이 실제로 달라 보인다는 걸.

고통과 고통 사이의 틈새를 보는 힘
"저는 하루 종일 우울합니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27년간 상담 현장에서 수많은 분들을 만나온 심리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급하게 화장실을 뛰어가던 그 순간에도 우울하셨나요?" 웃프지만 이 질문이 핵심을 찌릅니다.
우리는 두 지점이 우울했으면 그 사이 전체가 우울했다고 뇌가 자동으로 판단해 버립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를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부정성 편향이란 긍정적 경험보다 부정적 경험에 훨씬 더 많은 심리적 무게를 두는 뇌의 기본 설정을 의미합니다. 생존을 위해 진화한 메커니즘이지만, 현대인에게는 오히려 삶 전체를 왜곡해서 보게 만드는 함정이 되기도 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질책을 받고 가장 무너졌던 날에도, 퇴근길 집 근처 산책로에서 봄바람을 맞던 순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동료들과 나눈 점심 한 끼가 짧게나마 마음을 녹여 줬던 기억도 있고요. 고통의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는 반드시 꽃밭을 지나고 시냇물을 마시는 구간이 존재합니다. 이 '틈새'를 볼 수 있는 사람과 볼 수 없는 사람의 회복 속도는 실제로 전혀 다릅니다.
피크앤드룰로 인생을 다시 읽는 법
인지심리학에 '피크앤드룰(Peak-End Rul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피크앤드룰이란 사람이 어떤 경험을 회상할 때 전체 평균이 아니라 가장 강렬했던 순간(Peak)과 가장 마지막 순간(End), 이 두 지점만으로 전체를 평가하는 심리적 경향을 말합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정립한 이론으로, 출처: The Nobel Prize 일상의 수많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이론을 인생에 적용해 보면 흥미롭습니다. 많은 분들이 "내 인생은 다 불행이었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고통의 피크 두 개만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고통의 봉우리 A에서 봉우리 B로 그냥 건너뛴 게 아니에요. 그 사이에 내려와서 평지를 걸었고, 잠시 그늘에 쉬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구간을 계산에 넣으면 '평균값'이 달라집니다.
저도 당시 프로젝트 실패를 회상하면 질책의 순간만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그 사건 이전에 팀과 함께 아이디어를 냈던 시간, 중간발표 때 인정받았던 순간들을 의식적으로 끄집어내자 기억의 색깔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이건 자기 위로가 아니라 사실을 정확하게 보는 훈련에 더 가깝습니다.
- 피크앤드룰을 역으로 활용하려면 '좋았던 피크'도 의도적으로 기억에 올려놓아야 합니다.
- 인생의 평균값을 낼 때 최악의 순간만 대입하면 당연히 낮은 점수가 나옵니다.
-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을 모두 포함한 평균이 진짜 내 인생의 점수입니다.
메타인지가 만드는 심리적 거리두기
생각을 바꾸라는 말은 쉽죠. 실제로 해보면 쉽지 않습니다. 이 간극을 좁혀주는 도구가 바로 '메타인지(Metacognition)'입니다. 메타인지란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한발 떨어져서 파악하는 능력, 즉 생각에 대한 생각을 의미합니다. 자기 객관화 능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에 따르면 메타인지 능력이 높을수록 문제 해결 과정에서 더 유연한 전략을 선택한다는 연구들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습니다.
심리적 거리두기는 메타인지의 실천적 형태입니다. 고통스러운 상황 한가운데 있을 때 우리는 그 지점에 완전히 흡수되어 버립니다. 그때 의식적으로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내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지?"를 묻는 게 심리적 거리 두기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실패 직후에는 스스로를 괴롭히는 게 반성이라고 착각했거든요. 그런데 거리를 두고 보니, 제가 그 사건에 부여한 의미가 실제보다 훨씬 거대하게 부풀려져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생각했던 허들이 생각보다 낮았던 겁니다. 이게 메타인지가 주는 선물입니다.
일상의 구조가 무너진 생각을 다시 세운다
생각의 전환을 말하는 분들이 있고, 행동을 먼저 바꿔야 생각이 따라온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둘 다 맞다고 봅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어떤 생각을 먹기로 결심하기 전에, 몸과 일상의 구조가 먼저 받쳐줘야 그 결심이 버텨냅니다.
'자기 확언(Self-Affirma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기 확언이란 단순히 긍정적인 말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먼저 인정하고 출발하는 자기 돌봄의 첫 걸음을 의미합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 자기확언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문제 해결 유연성을 높인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자기확언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기반이 필요합니다.
마음이 가장 무너졌던 시기에 제가 선택한 건 거창한 다짐이 아니었습니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밥을 먹고, 원래 하던 업무 루틴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한 주가 지나고 두 주가 지나면서 일상의 구조 자체가 무너진 정신을 다시 세워주는 하드웨어 역할을 한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무너지기 쉬운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패턴이 있다고 합니다. 부정성 편향이 강하고, 주변에 지지해 주는 사람이 없으며, 몸을 돌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뒤집어 보면 이 세 가지를 지키는 것이 곧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키우는 구체적인 방법입니다. 회복탄력성이란 외부의 충격을 받았을 때 원래 상태로 되돌아오는 심리적 복원력을 말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라는 말, 너무 막연하지 않나요?
A. 저도 처음엔 그렇게 느꼈습니다. "생각을 바꿔"라는 말이 쉽게 들릴수록 실천이 어렵게 느껴지죠. 그런데 피크앤드룰처럼 구체적인 도구를 활용하면 달라집니다. 막연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기억 속 좋았던 지점을 의도적으로 불러와 인생의 평균값을 다시 계산해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는 게 현실적입니다.
Q. 자기확언이 효과 있으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요?
A. 단순히 "나는 할 수 있어"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나라는 존재 자체를 먼저 인정하는 과정입니다. 달라진 몸, 달라진 환경 속에서도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자기확언의 핵심이고, 일상의 구조가 무너져 있으면 이마저도 작동하기 어렵다는 게 제 경험상 사실입니다.
Q. 메타인지를 일상에서 어떻게 키울 수 있나요?
A. 일기를 쓰거나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 내가 어떤 감정 상태였는지를 짧게 기록하는 것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법입니다. 다만 자기 비판 일기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나는 왜 이랬을까"가 아니라 "나는 그때 어떤 상황에 있었나"로 시선을 바꾸는 것이 심리적 거리두기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Q. 주변에 지지해 주는 사람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A. 이건 쉽게 해결책을 드리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다만 지지 자원이 반드시 가까운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책 한 권, 지나가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인생의 촛불을 켜는 계기가 된 사례들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중요한 건 그 작은 불씨를 무시하지 않고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라고 봅니다.
결론
나이 들수록 묘하게 행복해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인생에서 불행을 지우는 게 아닙니다. 고통과 고통 사이의 틈새를 보는 눈을 갖게 된 사람들입니다. 피크앤드룰로 기억을 공정하게 다시 읽고, 메타인지로 한 발 떨어져서 자신을 보며, 일상의 구조를 지켜내면서 생각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온 사람들이죠.
제 경우엔, 그 사회초년생 시절의 실패가 결국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낮은 허들이었다는 걸 훨씬 나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지금 어떤 고통의 봉우리 위에 계신 분이 있다면, 아직 내려오지 않은 그 봉우리 아래에 꽃밭이 있다는 걸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봄바람을 맞을 수 있도록 오늘 밥 한 끼, 제때 주무시는 것부터 지켜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