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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혼자'라는 단어를 두려워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가족과 동료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문득 '나중에 혼자 남겨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불쑥 치고 올라오곤 했거든요. 그런데 법의학자가 부검대 앞에서 던진 질문 하나가 그 두려움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이분은 혼자 죽어서 불행했을까요, 아니면 혼자 살아서 불행했을까요?" 이 물음을 마주한 뒤로, 저는 고독을 전혀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고립과 고독, 같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꼭 외로운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회사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아무도 없는 방에 앉아 있을 때, 어떤 날은 그 고요함이 숨통을 틔워주는 느낌이었고, 어떤 날은 벽이 닫혀오는 것 같은 불안이 엄습했습니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그 차이는 '내가 선택했는가, 아닌가'에서 갈렸더라고요.
일본의 의사이자 저자인 카마타 미노루는 고독(孤獨)과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을 명확히 구분합니다. 고독이란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스스로 선택해 자립한 상태를 말합니다. 반면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이란 위급한 순간에 기댈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태, 즉 연결 자체가 끊겨버린 상태입니다. 여기서 자립이란 반드시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실제 고독사 현장을 오랫동안 목격한 법의학 전문가의 기록에 따르면, 비극의 본질은 혼자 숨을 거둔 것이 아니라 쓰러진 뒤 아무도 연결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자식이 있어도 11개월 만에 발견된 사례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것은 고독이 아니라 완전한 고립이었던 것이죠. 제가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 '혼자 사는 것 자체'를 막연히 두려워하던 마음이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예일대 교수는 "고독은 현대 사회의 전염병"이라고 선언했습니다(출처: World Economic Forum). 고독감을 만성적으로 느끼는 상태가 비만보다 사망률을 두 배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단, 여기서 말하는 고독은 스스로 선택한 고독이 아니라, 고립에 가까운 외로움(Loneliness)입니다. 영어로는 론리니스(Loneliness)와 솔리튜드(Solitude)를 구별합니다. 론리니스는 감정적 결핍 상태를, 솔리튜드는 자발적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건강하게 추구해야 하는 건 바로 솔리튜드 쪽입니다.
- 고독(Solitude): 내가 선택한 자립적 혼자 상태. 느슨한 연결은 유지됨
- 론리니스(Loneliness): 감정적 결핍에서 비롯된 외로움. 수동적이고 고통스러움
-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 연결 자체가 단절된 상태. 치매·사망률 상승과 직결
솔로서기, 선택된 고독의 기술
저는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딜레마를 처음 접했을 때 무릎을 쳤습니다. 고슴도치는 추우면 서로 모이지만, 가시 때문에 너무 가까이 붙으면 서로를 찌릅니다. 떨어지면 춥고, 붙으면 아프고. 이게 인간관계 아닌가요.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솔직히 가족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오히려 안도감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저자 가마타 미노루는 가시를 자르지 말고 거리를 조절하라고 말합니다. 가족이든 회사든 너무 촘촘하게 붙어 있으면 서로의 가시가 상처를 냅니다. 그렇다고 "이제부터 연락 끊겠습니다"가 아니라, 느슨하게 이어진 상태에서 각자의 공간을 지켜주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솔로서기(일본어로 솔로다치)입니다. 솔로서기란 단순한 독립이 아니라, 연결을 유지하되 자기 삶의 주도권을 스스로 쥐는 자립의 기술입니다.
이것이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는 근거가 있습니다. 인지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저서에서 고독을 '지성의 영역'으로 분류했습니다. 고독은 감정이 아니라 지성의 문제라는 것이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나가노현의 건강한 고령자들을 관찰한 결과, 이들은 사람을 못 만나는 상황에서도 텃밭을 가꾸고 농산물을 내다 팔며 느슨한 사회적 연결을 유지했습니다(출처: 일본 후생노동성). 고립되지 않으면서도 혼자 있는 법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혼자 잘 지내는 것'이 천성이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밀도를 조율하는 기술의 문제라는 점이요. 제 경우엔 이 생각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가족과의 거리감을 죄책감 없이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립사, 죽음 이전의 삶이 결정합니다
제가 이번 영상에서 가장 오래 머문 장면은 호스피스 병동 이야기였습니다. 말기 환자들이 삶을 돌아보는 라이프 리뷰(Life Review)를 하는 분들이 평온하게 떠난다는 대목에서, 저는 잠시 멈춰 생각했습니다. 라이프 리뷰란 임종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의미를 부여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힘들었지만 열심히 살았어요, 후회 없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하게 떠난다는 것이죠.
저자는 고독사(孤獨死)라는 말 대신 자립사(自立死)라는 표현을 씁니다. 자립사란 죽는 순간 옆에 누가 있느냐가 아니라, 죽음 이전의 삶을 자기답게 살았는가로 판가름 납니다. 반대로 고립사란 발견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을 때, 즉 연결이 완전히 끊겼을 때 성립합니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임종 자리에 누가 있었느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병원에서도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세 형제 중 한 명은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것으로 평생 자책하는 분들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특히 마음에 걸렸습니다. 죽음 자체보다 그 이전의 연결과 삶의 밀도가 훨씬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읽혔습니다.
다만 제가 느낀 한 가지 아쉬움도 솔직히 적어두고 싶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을 전제로 합니다. 일하느라 시간이 없고,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걸 못 한 사람에게 "자립사를 준비하라"는 말은 공허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고독의 질은 사회적 빈곤과 기회의 격차라는 구조적 문제와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이 부분만큼은 조금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고독과 고립은 어떻게 다른가요?
A. 고독은 내가 시간과 장소를 스스로 선택한 자립적 상태이고, 고립은 위급한 순간에 기댈 사람이 아무도 없는 단절된 상태입니다. 제가 이 차이를 알고 나서야,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려움이 아니라 선택의 영역이 될 수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핵심은 연결이 있되 내가 그 거리를 조율하고 있느냐입니다.
Q. 혼자 사는 게 건강에 정말 안 좋은가요?
A. 혼자 사는 것 자체보다는 사회적 고립이 문제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만성적인 고립감(Loneliness)은 비만보다 사망률을 두 배 높이고, 치매 발병률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느슨하게라도 주변과 연결을 유지하는 고독(Solitude)은 오히려 정신 건강에 긍정적입니다. 제 경험상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지인이 두세 명만 있어도 체감되는 안정감이 달랐습니다.
Q. 솔로서기는 어떻게 시작하면 되나요?
A.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관계를 끊는 게 아니라 거리를 조절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연락을 유지하되, 모든 모임에 억지로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것, 그것이 출발점입니다. 제가 직접 해봤더니, 관계가 멀어지기보다 오히려 만날 때 더 반갑고 편해졌습니다.
Q. 고독사와 자립사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A. 법의학적으로 볼 때, 자립사와 고립사를 가르는 기준은 임종 자리에 누가 있었느냐가 아닙니다. 죽음 이전의 삶이 자기답게 채워져 있었는지, 그리고 발견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가 핵심입니다. 느슨하게라도 연결된 사람이 있다면 혼자 숨을 거두었더라도 자립사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제가 이번 내용을 통해 정리한 결론입니다.
결론
이번 내용을 접한 뒤, 저는 죽음 준비가 결국 삶의 준비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라이프 리뷰를 잘할 수 있는 사람, 즉 "열심히 살았다, 후회 없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고독사도, 고립사도 아닌 자립사의 출발점이라고 정리됩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볼 생각입니다. 오래 연락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짧은 메시지 하나 보내는 것, 혼자만의 시간을 죄책감 없이 선택하는 것, 그리고 엔딩 노트에 긴급 연락처 한 줄이라도 남겨두는 것. 고독을 두려움으로 마주하기보다 지성적으로 선택하는 삶을 조금씩 연습해 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