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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넘게 부모님과 연락이 끊겼던 날, 저는 112 수화기를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냥 휴대폰 두고 외출하신 거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 망설임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이었는지를 이제야 제대로 깨달았습니다. 가족 실종이 의심되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경찰은 무엇을 놓쳤을까요.

골든타임, 망설이는 순간 사라진다
혹시 이런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성인이니까 며칠쯤 연락 안 될 수도 있지.'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주에서 발생한 30대 여성 장민한 씨 실종 사건을 들여다보니, 바로 그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는 심리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장 씨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5월 12일 밤, 숙소를 나선 직후였습니다. 그런데 실종 신고는 나흘이 지난 5월 15일에야 접수됐습니다. 그 나흘 동안 CCTV 영상은 있었고, 발자국도 남아 있었고, 블랙박스 데이터도 살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물증이 하나씩 소멸했습니다.
골든타임(Golden Time)이란 용어는 응급의학에서 온 개념이지만, 실종 수사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여기서 골든타임이란 실종 초기, 목격자 기억과 전자 증거가 온전히 살아 있는 결정적인 시간대를 가리킵니다. 이 시간을 놓치면 수사는 처음부터 절름발이가 됩니다. 제가 부모님 연락이 끊겼을 때 수화기를 망설인 것도, 따지고 보면 이 골든타임을 스스로 갉아먹는 행동이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종 신고는 즉시 해야 합니다. '괜찮겠지'라는 판단은 경찰의 몫이지, 가족이 혼자 결정해야 할 문제가 아닙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취약성과 위험성을 따져 대응 수위를 정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출처: 경찰청).
갓 컴플렉스, 경찰 내부의 이상 동기 범죄
이 사건에서 저를 가장 충격에 빠뜨린 건 실종 담당 경찰관이 허위로 사건을 종결시켰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연락이 됐다'라고 거짓 입력을 하고, 경찰 전산 시스템에 사망 원인을 '교통사고'로 기재한 뒤 실종 관련 데이터를 통째로 삭제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했을까요?
범죄 분석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가능성 중 하나가 바로 갓 컴플렉스(God Complex)입니다. 갓 콤플렉스란 자신이 타인의 생사여탈권을 쥔 신(神)과 같은 존재라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심리적 이상 동기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이 실종자는 찾아줄 가치가 없어, 사망 처리'라고 스스로 판결을 내리며 쾌감을 느끼는 심리 구조입니다.
이 유형은 연쇄 살인범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영국에서 약 300명을 살해한 의사 해럴드 시프먼(Harold Shipman)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전문직 종사자가 직업적 권한을 매개로 이 심리를 발현시키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하며, 제주 사건의 담당 경찰관 역시 그 범주에 해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업무 과다나 태만이었다면 차라리 이해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엉뚱한 사람의 전화번호를 가져다가 긴 소설까지 써가며 적극적으로 사건을 은폐한 행태는 단순한 게으름으로 설명이 안 됩니다.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Missing Persons Profiling System)이란 실종자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해 수사에 활용하는 전산 데이터베이스인데, 이 시스템에서 교통사고 사망을 클릭 한 번으로 선택하면 관련 자료 전체가 삭제되는 구조적 허점이 이번에 드러났습니다.
- 담당 경찰관의 허위 종결 사례 최소 25건 이상 확인
- 교통사고 사망 클릭 시 실종 관련 데이터 전면 삭제 — 시스템 구조 자체의 결함
- 상급자 결재를 거친 허위 종결 사례도 포함 — 개인 문제를 넘어 조직 문제
- 여자 화장실 침입 및 가정폭력 신고 전력 — 이상 동기 범죄(갓 컴플렉스) 가능성 제기
신고 전에 챙겨야 할 준비물, 이게 생명줄이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위급 상황이 닥쳤을 때 '준비해뒀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후회하는 것들이 반드시 있습니다. 가족 실종 신고도 마찬가지입니다. 막상 112에 전화를 걸어도 경찰관이 물어보는 정보를 바로 대답하지 못하면, 초기 위치 추적과 CCTV 분석에 들어가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납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최근 사진입니다. 여기서 '최근'이란 실종 당일 또는 며칠 이내의 사진을 뜻합니다. 만약 최근 사진 속 옷차림과 실종 당시 차림이 다르다면, 당일 복장이 담긴 사진을 따로 제출해야 합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수색 정확도가 달라집니다.
그다음으로는 실종자의 휴대전화 번호, SNS 계정, 이메일 주소, 그리고 가까운 지인 연락처가 필요합니다. 경찰은 이 정보를 토대로 통신사 위치 추적과 주변인 접촉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평소에 가족의 SNS 계정 주소 하나 몰라 허둥댔던 순간이 얼마나 아찔했는지 모릅니다.
심리 부검(Psychological Autopsy)이라는 개념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심리 부검이란 사망 또는 실종자의 평소 심리 상태와 행동 패턴을 역추적해 자살·타살 여부 등 사인을 규명하는 분석 기법입니다. 실종자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였는지, 특정 장소를 유독 싫어했는지 등의 정보가 수사 방향을 결정짓습니다. 가족이 평소 생활 패턴을 메모해 두는 것이 나중에 이 분석에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출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자주 묻는 질문
Q. 성인 가족이 실종됐을 때 바로 신고해도 됩니까, 아니면 24시간 기다려야 합니까?
A. 즉시 신고하셔도 됩니다. '24시간 이후에 신고 가능하다'는 것은 오래된 오해입니다. 경찰은 신고 즉시 취약성과 위험도를 판단해 대응 수위를 결정합니다. 간편복 차림으로 밤에 나가 연락이 끊겼다면, 그 자체가 이미 위험 신호입니다.
Q. 실종 신고할 때 어떤 정보를 준비해야 가장 빠르게 수색할 수 있습니까?
A. 최근 사진, 실종 당일 복장 사진(다를 경우), 휴대전화 번호, SNS 계정, 이메일, 자주 가는 장소, 가까운 지인 연락처를 미리 준비해두시면 초기 대응 속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특히 사진은 얼굴이 선명하게 나온 최근 것이어야 합니다.
Q. 경찰이 실종 신고를 허위 종결하면 가족이 알 방법이 있습니까?
A. 사건번호를 받아 두고, 며칠 내로 수사 진행 상황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담당자가 '연락됐다'고 말해도 가족이 직접 확인이 안 됐다면 끝까지 재확인을 요청하셔야 합니다. 이번 사건이 보여주듯,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의 적극적 추적이 중요합니다.
Q. 실종자 수색에서 법의학적 감식이 왜 그렇게 중요합니까?
A. 법의학적 감식(Forensic Examination)이란 시신이나 현장 물증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사망 원인과 제3자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 작업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DNA, 발자국, 반항흔 같은 물증이 부패·소멸하기 때문에 초기 수색이 얼마나 빠르게 이루어졌느냐가 감식 결과의 질을 결정합니다.
결론
부모님과 연락이 닿지 않던 그날, 저는 '신고하면 민폐'라는 생각에 발이 묶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망설임 자체가 골든타임을 갉아먹는 행위였습니다. 가족의 안위가 의심되는 순간 즉시 신고하는 것, 그것은 무례가 아니라 의무입니다.
제주 사건이 남긴 숙제는 단순히 한 명의 비리 경찰관을 처벌하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됩니다.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허점을 메우고, 이상 동기 범죄를 사전에 걸러낼 채용 및 배치 시스템을 정비하고, 실질적인 민생 수사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진짜 답입니다. 저는 오늘부터 가족 사진과 지인 연락처를 폴더 하나에 정리해 뒀습니다. 작은 준비가 가장 크게 작동하는 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